내년 동물보호소 건립 예산안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경남 고성군이 개체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는 21일 경남지방검찰청 통영지청에 백두현 고성군수와 고성군의회 의원 11명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습니다. 고성군의회 의원 11명에게는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됐습니다.
비구협은 “고성군 동물보호소 건립이 군청의 무능과 군의회의 고의적인 방해로 무산됐다”며 “현재 임시로 운영중인 보호소는 보호 공간이 부족해 개체수 관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고발 이유를 밝혔습니다. 비구협에 따르면 임시보호소의 좁은 공간 탓에 보호 동물끼리 물림 사고가 6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보호 동물 2마리가 폐사했습니다.
현재 상황에 대해 비구협은 동물보호법 8조에 규정된 동물학대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동물보호법 8조는 ‘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공간 제공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사육·관리 의무를 위반해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시키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영재 비구협 대표는 동그람이와의 통화에서 “고성군에서는 나름 노력했지만, 실제 결과로 이어지지 않아 목숨을 잃은 동물까지 나온 만큼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성군 동물보호소는 지난해까지 위탁 운영되면서 열악한 환경과 86.7%라는 높은 안락사율로 ‘최악의 보호소’로 손꼽히던 곳이었습니다. 특히 안락사 과정에서 마취제 없이 유기동물을 사실상 살처분하는 등의 행위도 벌어지기도 했었죠. 이같은 지적에 고성군은 보호소를 직영 체제로 전환하고 임시 보호소를 운영하면서 입양률을 지난해 6.3%에서 올해 40.8%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러나 임시로 마련한 보호소에서는 지속적인 운영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특히 방음시설이 없어 인근 주민들의 항의도 계속됐었죠. 고성군은 이에 2022년 예산안에 동물보호소 건립을 추가해 군의회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군의회가 이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보호소 건립은 무산됐습니다.
군의회는 동물보호소를 농업기술센터 내에 건립한다는 기존 계획에 반대 입장을 보였습니다. 군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한 군의원은 “농업기술센터는 농업의 성지”라며 “공원이 멋지게 (조성)되어 있는 비싼 땅에 유기견센터를 지으려고 하니 처음부터 안 된다고 한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동물보호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군의원들은 농업기술센터에 보호소 건립은 불가능하니, 다른 고성군 소유 부지에서 주민 동의를 얻어 동물보호소를 건립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유 대표는 이 같은 군의원들의 입장에 대해 “통영, 사천, 진주 등 인근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미 농업기술센터에 보호소를 설치했다”며 “동물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축산과는 대부분 농업기술센터에 자리하고 있어 보호소 관리가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주민 동의를 얻어 동물보호소를 지을 만한 부지는 거의 없다시피하다”고 덧붙이며 현실을 전했습니다. 결국 불가능한 조건을 내세워서 사실상 보호소 건립을 군의회가 막아선 것 아니냐는 뜻입니다. 비구협이 군의회 의원 11명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 고발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고발장 제출 뒤에도 비구협은 보호소 건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군청과 군의회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유 대표는 “고성군 보호소 건립이 이대로 좌절되면 나쁜 선례로 남아 보호소 건립에 부정적인 타 지자체에서도 직무를 소홀히 할 수 있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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