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 짐 될라…" 40년 함께산 아내 간병 중 살해 70대 징역 4년

자신도 건강상태 악화… 우발적 범행

게티이미지뱅크

40년 동안 함께 산 아내를 간호하던 남편이 자식에게 짐이 될 수 없다며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재판장 이진혁)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78)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올해 8월 자신의 집 안에서 70대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40년 전에 결혼한 부부는 슬하에 자식 1명을 두고 생활해 오던 중 아내가 관절염과 당뇨 등으로 오랜 기간 투병했다. 지난 4월 아내는 치매 판정까지 받았고 A씨도 우울장애, 뇌경색, 치매의증 등을 앓게 됐다.

지난 8월부터 A씨 아내는 치매 증상이 더욱 악화돼 거동이 어렵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A씨는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아내와 함께 극단적 선택까지 고려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아내를 목 졸라 살해했지만, 자신은 스스로 목숨을 끊지 못했다.

재판부는 “살인은 인간의 생명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자신도 지체장애 5급 장애인으로 여러 질환을 앓는 상황에서 혼자 간호하다가 아내의 건강상태가 악화되자 함께 죽겠다는 생각에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부산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