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전 대사 귀임 후 11개월 공석
지명·인선 끝난 일본·호주·인도와 대비
지난 1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에 맞춰 해리 해리스 전 대사가 떠난 후 주한 미국대사는 11개월째 공석이다. 한국을 뺀 일본·중국·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의 대사 자리가 채워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주한 미국대사 업무는 해리스 전 대사 귀임 이후 11개월째 크리스토퍼 델 코소 부대사가 대사대리로서 수행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공백이다. 가장 길었던 것은 해리스 전 대사 부임 전 17개월이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다가 검증 막판에 탈락하면서 공백이 길어졌다. 이를 제외하면 통상 6개월 내에 후임자가 부임했다.
미국측은 "신속한 지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외교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사 지명에 대한 사정 변경 소식은 없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유리 김 주알바니아 대사,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거론됐지만, 최근엔 하마평마저도 들리지 않는다.
반면 아시아 주변국에선 미국대사 임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과 18일 각각 미국 상원에서 인준안이 통과된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대표적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인도와 호주에도 각각 에릭 가세티 전 로스앤젤레스 시장, 캐럴라인 케네디 전 주일 미국대사가 지명됐다.
문제는 당장 후임 대사가 지명되더라도 아그레망(주재국 동의)과 의회 인준 요청,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4개월 이상 공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더욱이 빅터 차 내정자의 낙마 때와 달리 이번에는 뚜렷한 이유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이 미국의 외교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부는 "한미는 최상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양측의 평가"라며 선을 긋고 있다. 미국외교관협회(AFSA)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 세계 미국대사 자리 190개 중 여전히 94개가 공석이고, 미국의 전통 우방인 영국도 아직 대사가 지명되지 않았다. 일본과 중국도 최근 대사 지명까지 각각 2년, 1년의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정부도 미국의 주한 미국대사 지명 여부를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상대국의 내정인 인사 동향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다. 내년 3월로 다가온 한국 대선 일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통상 대사 지명에는 상대국 정치 일정까지 고려하지는 않는다"며 "주한 대사의 조기 지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신범철 백석대 초빙교수는 "내정자의 거절 등으로 지명이 늦어졌을 가능성도 있다"며 "미국 입장에서도 최대한 빠른 지명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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