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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후 인지장애...일상생활 속 훈련으로 극복하자

입력
2021.12.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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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장원기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장원기 교수


뇌졸중 후 약 75%의 환자에게 인지기능 장애가 발생한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진료실을 찾아오는 환자분들 중에도 뇌졸중 후 인지장애에 따른 불편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제법 되는데, 주된 불편으로는 기억이 깜빡깜빡하고 대화 도중 특정 단어나 문구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억력 저하는 뇌졸중 후 가장 흔히 발생하는 인지장애의 대표적 증상 중 하나입니다.

뇌졸중 후 20~50% 인지장애 겪어

뇌졸중 후 발생하는 인지장애는 일상생활 동작의 수행능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는데, 심하지 않으면 겉으로 봐서는 보호자와 의료진조차도 잘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지장애 증상들로는 앞서 언급한 기억력 저하 외에도 집중력·지각능력·실행력 저하와 지남력(시간과 장소, 상황이나 환경 따위를 올바로 인식하는 능력) 소실 등이 있습니다.

기억력 저하는 주로 5분 전에 무엇을 했는지, 어제 누구를 만났는지 등 비교적 근래의 일들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고, 지남력 소실은 오늘이 며칠인지,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잘 모르는 경우를 말합니다.

실행력 저하는 특정 행동, 예를 들면 셔츠를 입을 때 한쪽 팔을 넣고 반대쪽 팔을 넣은 다음 단추를 잠그는 것과 같이 옷을 입기 위한 일련의 동작들을 구성하고 실행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지장애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주로 간이 정신상태 검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해당 검사는 환자의 지남력과 집중력, 단기기억력, 계산능력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인지능력에 대한 30여 가지의 간단한 질문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러한 검사 외에도 주관적인 불편함과 일상생활에서의 장애 정도를 복합적으로 판단해 인지장애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인지장애 치료방법은 크게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로 나눠집니다. 인지검사 결과 및 환자의 상태, 나이 등을 고려해 약물치료가 이뤄지고, 재활치료 역시 증상별로 환자 상태에 맞춰 시행하게 됩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인지재활훈련 다양해

병원에서 받는 재활치료 외에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인지재활 훈련이 있습니다.

먼저 기억력이 저하됐다면 가족과 친구들의 이름, 전화번호 등을 생각해 종이에 적어 본다든가 과거 본인이나 가족에게 있었던 중요한 사건을 회상하며 이야기하는 훈련을 해볼 수 있습니다.

또는 드라마를 보거나 책을 읽고 난 후 그 줄거리를 요약해 이야기하기, 오늘 먹은 식사메뉴를 아침, 점심, 저녁 순으로 기억해보기, 자기 전 하루 일과를 시간 순서에 따라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기억력을 자극하는 훈련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 가족들이 함께 참여하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집중력 훈련에는 퍼즐 맞추기나 간단한 퀴즈 풀기, 덧셈뺄셈하기 등이 도움이 됩니다. 만약 환자가 평소 좋아하는 놀이(게임, 카드, 화투 등)가 있다면 해당 놀이를 하면서 훈련할 수도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집중력 훈련은 환자의 능력에 비해 너무 어려운 내용으로 하게 되면 오히려 환자가 좌절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처음에는 쉬운 내용으로 시작해 점점 그 난이도를 높여 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외에도 환자가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직접 고르고 돈을 지불하면서 거스름돈을 받게 한다든가, 거동이 불편하지 않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교통비를 지불하고 목적지에서 하차하도록 하는 등 복합적인 활동을 통해 다양한 영역의 인지를 자극하고 훈련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실생활 속에서 이러한 복합적인 활동을 처음 시도할 때에는 환자 옆에 반드시 보호자가 동행해 안전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지장애로 인한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줄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환경을 조정하고 습관을 바꿔 생활에 적응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집중력이 줄어들었다면 주변의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끄고,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한 가지씩 순서대로 하는 등 줄어든 집중력으로도 생활할 수 있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낙담 말고 훈련 습관화하면서 적응해야

기억력이 저하됐다면 펜과 메모지를 늘 갖고 다니면서 중요한 내용은 메모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동차 열쇠나 핸드폰, 지갑과 같이 자주 사용하는 중요한 물건들은 눈에 잘 보이는 위치를 정해 늘 그곳에 보관하는 습관을 가짐으로써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남력이 저하됐다면 시계와 달력을 잘 보이는 곳에 여러 개 설치하고, 실행력이 떨어질 때는 씻기, 옷 입기, 밥 먹기 등 매일 하는 행동들의 순서를 습관화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본인의 인지능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는 사실에 좌절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적응하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합니다.

뇌졸중 후 인지장애는 꾸준히 노력한다면 치료와 적응을 통해 어느 정도는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병원 재활치료실을 찾아 치료하는 것 외에도 일상생활 속에서 저하된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훈련법을 습관화한다면, 인지장애로 인한 불편함을 줄여 나갈 수 있습니다.

이때 뇌졸중 환자들이 지치고 우울해하기 쉬우므로 가족들의 정신적 지지가 많은 도움이 됩니다. 안전한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전문 의료진의 치료에 더해 가족과 함께 일상생활 속에서도 적극적인 재활훈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시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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