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시대, 초연결 통해 ICT 교육
베트남서도 한국 어학당 선생님 만나
원어민 선생님 없이도 AI 발음 연습
국내 대학 "온라인 학부 과정도 긍정적 검토"
"멀리 떨어져 있는 분들과도 한국어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아요."
비대면 온라인 플랫폼으로 한국어 연수받은 베트남인 부티빅동(27)씨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시대,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 가고 있을까요. 면대면 소통이 중요한 분야인 만큼 교육의 질이 저하될 거란 우려도 많았었죠.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 도입으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교육이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기자가 직접 체험도 해보고, 연수받은 학생들도 해당 플랫폼을 통해 만나봤습니다.
베트남어 원어민 교사, "멀리 떨어진 분들과 소통할 수 있어 매력적"
베트남 출신 부티빅동(27)씨는 지난해 10월 한국의 교육부에서 주최한 신남방 지역 한국어 교원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이 해를 넘겨 2년째 이어지자 교육부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열기로 했고, 참가자들은 베트남·라오스·태국 등 6개 나라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연수를 받을 수 있었는데요.
한국어 교습법에 대한 강의를 듣고 과제를 발표한 참가자들 중 우수 발표자로 뽑힌 부티빅동씨는 온라인 플랫폼 교육의 최대 장점으로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 이들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조별로 한국어 교수법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한국 교수님으로부터 피드백받은 것도 좋았어요. 베트남에 있었다면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웠을 거예요."
코로나19 확산 이전이었다면 물리적 거리를 고려해 한국어 학원이나 모임을 통해 한국어를 배웠겠지만, 팬데믹 이후 오히려 물리적 한계가 최소화되었다는 겁니다.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시대에, 오히려 ICT 교육은 초연결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교육부 재외동포교육담당관실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아무래도 수혜 인원이 한정적이었는데, 온라인 연수를 하면서 물리적 제약을 넘어 보다 많은 교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또 모든 실시간 강의를 녹화해 다시 들을 수 있다 보니,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입장에서 다시 듣기를 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장점으로 작용했습니다. 베트남 호찌민국립인문사회과학대에서 한국학을 전공한 부티빅동씨는 학부 시절 스카이프(skype)를 통해 한국에 있는 교수로부터 한국 경제 과목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때는 못 알아듣는 말이 있어도 다시 듣기가 어려웠는데, 이번 플랫폼을 통해서는 다시 들으며 속도 조절도 가능해서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어요."
콘텐츠가 더욱 다양해진 덕분이었습니다. 연수 기획과 운영을 담당한 한국교육정보진흥협회 이문기 수석연구원은 사전 수요 조사를 통해 한국어 문법, 학습자 언어 오류 피드백 등을 더한 콘텐츠를 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교육을 받는 이들이 꼭 필요로 하는 콘텐츠를 안성맞춤으로 공급할 수 있었던 겁니다.
부티빅동씨는 대학 졸업 후 베트남에서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베트남어를 가르치다, 현재는 한국에서 베트남어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어 구사능력이 수준급이지만, 한국어 교수법에 대한 학구열은 여전히 남다릅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시청할 수도 있고, 다른 나라 학습자들과도 만날 수 있어 정말 도움됐어요." 직장에 다니면서도 어디서나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는 부티빅동씨는 앞으로도 비대면 교육 연수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성큼 다가온 비대면 온라인 교육… AI 발음 연습도 가능
기자는 직접 해당 플랫폼을 체험해봤습니다. 기존의 대면 교육과 어떻게 다른지, 실시간 비대면 강의 외에 어떤 기능들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먼저, 출석이나 성적 등 학사 관리가 가능한 온라인으로 학생들의 성적과 진도, 출석 등을 관리해주는 시스템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 기반이라는 점은 기존의 온라인 교육 서비스와 비슷했습니다. 줌이나 구글 미팅과 달리 학습 플랫폼이 차별화해서 보유하고 있는 기능이죠.
여기에 ICT 교육의 이점을 활용한 기능들이 추가됐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발음이 어려운 부분들 중 하나인데, AI가 선생님 대신 발음을 교정해줍니다. '독일'을 발음하면 모국어 발음에 가까운지 비교해서 점수를 주고 개선해주는 식입니다. 만약 베트남에서 한국어 원어민 교사에게 배우지 않는다면 풀기 어려웠을 부분들이 이 플랫폼에서는 가능해진 겁니다.
한국에서 외국어를 배울 때도 원어민 교사에게 일대일 발음 코칭을 받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해요. 그런데 시간당 비용에 구애받지 않고 원할 때까지 발음 교정을 할 수 있으니, 외국어 학습 플랫폼으로는 이점이 높지 않을 수 없겠죠.
해당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이 플랫폼은 ①교육부 주최 신남방 지역 한국어 교원 연수 프로젝트와 ②국내 대학교의 외국 학생 어학연수 과정에서 쓰였습니다.
베트남·라오스·태국 등지에 있는 외국인들 중 한국어 교사로 일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학습자들이 한국 교수들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수 프로그램에서는 국내에 있는 어학당 교수에게 직접 강의를 듣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바로 전 세계 어디에 있더라도 온라인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한 덕분이었죠.
국내 대학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외국 예비 입학생들이 거쳐야 하는 어학 연수 과정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아졌습니다. 이를 해결한 것 역시 온라인 플랫폼입니다. 국내 대학 입학 전 한국어 실력을 기르기 위해 받아야 하는 어학당 수업을 예전과 같은 교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결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전부 실시간으로 강의를 진행하는데, 양방향 판서나 학습 게임 등도 추가해 안정적인 온라인 어학연수를 운영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기자가 대학생 시절 비대면 강의를 떠올려봐도, 빠르게 진화하는 온라인 교육의 수준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글로벌 어학당'…국내 대학 "온라인 학부 과정도 긍정 검토"
코로나19 이전 국내 대학들은 외국 유학생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 학생들은 반드시 한국어 자격 증빙이 필요한데요. 그 방법 중 하나가 어학연수 과정 이수입니다. 많은 외국 학생들이 국내 대학교 어학당을 거쳐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대구한의대 진학을 준비했던 베트남 출신 레반후엔흥(19)씨와 응웬티탄쭉(18)씨는 현재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베트남 현지에서 어학연수를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진행하던 방식과 비슷하게, 어학당 소속 교수와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강의를 진행합니다. 기자는 해당 온라인 플랫폼 라이브 클래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두 학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통역사를 사이에 두고 만난 레반후엔흥씨는 "한국 드라마와 노래를 좋아한다"며 한국에 가고 싶은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또 "한국의 교육은 아시아에서 질이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어, 한국 대학으로 진학하고 싶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유학길이 막힌 상황에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이 아쉬움의 공백을 메워준 것이 바로 이 온라인 교육 서비스입니다.
이렇듯 어학연수를 받고 싶지만 한국에 오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대구한의대는 2021년 2학기부터 해당 플랫폼을 도입해 온라인 어학연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구한의대 기초교양대 권보영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10년 후에야 가능했을 법한 교육이 가능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로 교육계가 큰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그러면서 온라인 교육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비대면과 대면 교육을 적절히 섞어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아직 이번 학기부터 온라인으로 교육받기 시작한 학생들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기 전이라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온라인 교육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권 교수는 유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 국내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어학연수 과정에 관심이 많다고도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교육부에서 대학 측에 '일반 대학의 온라인 학부 과정' 공문을 보내왔다며, 한국어 교육 과정 자체를 온라인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다는 점을 내비쳤습니다. 실로 10년 뒤에나 생각해볼 수 있었던 온라인 교육이 코로나19 이후 예상보다 빨리 눈앞으로 다가와있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교육부에서는 비대면 교육에 대한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반 대학의 온라인 학부 과정뿐 아니라 해외 한국어 교원 연수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교육부 재외동포교육담당관실 김영권 행정사무관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연수가 곳곳에서 진행되면서 비대면과 대면 교육이 양자택일이 아닌 상호 보완의 형태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내년에 대면 교육이 가능해지더라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혼합하는 방식의 비대면 연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온라인 연수에 참여한 지 한 달가량 된 베트남 학생 레반후엔흥씨는 "베트남에 있는 유학원에서 공부할 때는 아무래도 한국어로 말하는 연습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 어학당 선생님의 발음을 들을 수 있고, 직접 대화할 수 있어 더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같은 과정을 밟고 있는 응웬티탄쭉씨 역시 "베트남에서 공부할 때는 베트남 출신 선생님이 다 해석해주시니 편하긴 하지만, 어차피 한국에 가면 빠른 속도로 듣고 말해야 하지 않나"며 "지금은 한국 선생님이 직접 가르쳐주시니 적응이 빠를 것 같다"며 하루 빨리 한국 대학의 학생이 되고 싶은 설렘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비대면 화상 프로그램으로 많이 알려진 구글미팅이나 줌의 경우, 학사 관리 기능이 없어 학습자들에게는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어학 연수 과정도 속속들이 등장하면서, 교육 플랫폼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레반후엔흥씨는 "공부하다가 선생님이 플랫폼에서 게임을 내주시면 지루한 점을 줄일 수도 있다"며 "게임을 더 추가하면 좋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서 한국 대학에 진학해 각각 경영학과 뷰티학을 배우고 싶다는 두 학생은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 한국에서 경력을 쌓고 베트남에 돌아와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교육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시대에 오히려 초연결이 가능해진 사회. 교육 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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