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장관 "中 정부와 티베트 지도자 대화 촉진"
G7 외무장관 "홍콩 선거, 민주주의 후퇴" 공동성명
中 "美 인사 4명 맞불 제재… 내정 간섭 말라" 반발
인권 탄압을 이유로 연일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이 이번엔 중국 티베트 관련 문제를 담당할 특별조정관을 새로 임명했다. 홍콩 민주주의를 훼손한 중국 관리 5명도 제재 명단에 올렸다.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의 투표 보이콧으로 친중 세력이 압승을 거둔 직후 나온 조치다.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고 거세게 반발하며 미국인 4명 입국금지 등 맞대응 보복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20일(현지시간) 민주주의ㆍ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우즈라 제야 국무부 차관을 ‘티베트 문제 특별조정관’에 겸직으로 임명했다. 이 자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퇴임 이후 공석이었으나, 거의 1년 만에 다시 채워졌다. 향후 티베트 인권 문제도 본격적으로 다루겠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중국 정부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또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티베트 지도자 사이에서 전제 조건 없는 실질적 대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종교ㆍ신념의 자유를 포함한 티베트인의 근본적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고, 티베트 고유의 역사, 종교, 문화, 언어 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1950년 티베트를 무력으로 점령한 뒤 1965년 시짱 자치구로 편입했다. 달라이 라마는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우고 티베트 독립운동을 이끌어 왔다. 티베트는 신장 자치구, 대만, 홍콩, 남중국해 등과 함께 중국이 예민하게 여기는 이슈 중 하나다.
미 재무부는 홍콩 민주주의 훼손 문제를 정조준했다. 이날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홍콩 주재 중국 연락판공실 소속 부주임 5명을 홍콩자치법에 따라 추가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이미 올 7월 명단에 오른 상태인데, 제재 강도를 한층 높이겠다는 의미다. 제재 대상자들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며 미국인과의 거래도 전면 금지된다.
OFAC는 “홍콩 국가보안법으로 수많은 야권 정치인들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고 또 다른 인사들은 해외로 망명했다”며 “우리는 중국 정부가 홍콩에 보장된 권리와 기본적 자유를 존중한다는 국제적 책무에 부합하는 행동을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잇따른 강공은 홍콩 선거 결과에 맞선 대응 조치로 보인다. 앞서 19일 홍콩 선거제 개편 이후 처음 치러진 입법회 선거에서 중국이 의도했던 대로 친중 진영이 전체 90석 중 89석을 싹쓸이했다. 민주파 후보들은 출마를 거부하거나 입후보 기회를 박탈당했고, 투표율은 역대 최저인 30.2%에 그쳤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친중 진영이 장악한 홍콩 선거 결과는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비판했다.
중국도 즉시 ‘맞불’을 놨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 소속 인사 4명을 겨냥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이달 10일 미국이 신장 자치구 정부 전ㆍ현직 의장 등 4명을 제재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또 미국의 홍콩 관리 제재에 대해 “이미 제재 명단에 포함된 이들을 다시 제재한 것은 정말 황당하다”며 반발했고, 티베트 특별조정관 임명건과 관련해 “미국은 정치적인 행동을 중단하고 자신의 인권 문제나 반성하라”고 맞받아쳤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미국은 내정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며 “중국은 향후 상황에 따라 대응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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