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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청사 내 검사실 강제퇴거 착수... 32년 '불편한 동거' 종지부 찍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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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청사 내 검사실 강제퇴거 착수... 32년 '불편한 동거' 종지부 찍나

입력
2021.12.21 18:03
수정
2021.12.21 20:16
10면
0 0

서울고법, 27일 0시부터 강제 퇴거 조치 착수
12층 공판검사실 앞 스크린도어 설치와 퇴거 안내문
서울중앙지검 "협의 희망... 강제 조치시 상응"

서울법원종합청사 본관. 연합뉴스

서울법원종합청사 본관. 연합뉴스

서울고법이 검찰에 법원 내 공판부 사무실을 26일까지 비워 달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수년째 공문으로 퇴거를 요청했지만 세입자 격인 검찰이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으면서 버티자, 아예 시한을 못 박고 강제 퇴거 절차를 밟기로 한 것이다. 지난 32년간 '불편한 동거'라 불린 법원 내 검찰 사무실 점유 사안이 이번에 종지부를 찍을 것인지에 법조계 이목이 쏠린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지난달 19일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에 "법원청사 내 공판부 상주 인원은 26일까지 퇴거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청사 관리책임 주체로서 법원청사 서관 12층 사무실을 사용해온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사무실을 비워 달라고 시점을 못 박아 통보한 것이다. 앞서 법원청사를 함께 쓰는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 서울회생법원 등이 참여한 청사관리위원회 역시 이 같은 내용의 공판부 퇴거 요구를 결의했다.

현재 검찰은 법원청사에 부장검사실과 검사실 3곳, 기록열람·등사실 1곳, 창고 1곳 등 약 410㎡(약 124평)를 점유해 사용하고 있다. 공판검사 등 상주 직원은 2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법원 관계자는 "2019년 3월부터 지속적으로 검찰에 (퇴거 요청) 공문을 보내왔지만 응하지 않아 이번에 26일로 시한을 특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본지가 이날 공판검사실이 있는 법원청사 12층에 가보니 법원의 '퇴거 절차'는 이미 시작된 분위기였다. 그동안 없던 스크린도어가 중앙과 측면 두 군데 설치됐으며, 중앙문은 이미 폐쇄돼 공판검사들이 화장실 이용 등 동선에 불편을 겪고 있었다. 유리창에는 '서울중앙지검 공판부 출입권한 정지 안내문'과 함께 '27일 0시부로 법원청사 전체 출입권한 정지'라고 적힌 문구가 적혔다. 공판검사실 상주 인원의 식권 카드 사용도 정지한다는 안내문까지 붙어 있었다.

공판검사실로 가는 통로에서는 '검찰 공판부는 당장 법원청사에서 퇴거하라'는 제목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 명의의 입장문도 보였다. 그동안 법원 노조 측은 "기소하는 검사와 판결하는 판사가 한공간에 있는 자체가 국민에게 불신의 우려를 준다"며 검사실 퇴거를 주장해왔다. 일선 법원청사에서 공판검사실이 남은 곳은 서울법원종합청사가 유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대로 퇴거 절차가 마무리되면 1989년 서울법원종합청사 건립 이래 32년째 이어져 온 '검찰과 법원의 어색한 동거'도 막을 내리게 된다. 검찰은 과거 검찰 부지(호송로) 일부를 법원에 내주고, 법원은 건물 일부를 검찰이 사용하게 해주는 양측 간 양해가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양해가 아닌 당시 법무부(검찰) 측의 일방적 협조 요청만 있었을 뿐이며, 검찰의 사무실 점유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청사 건물을 쓰는 한 부장판사는 "서울고법의 공판검사실 퇴거 의지가 강해 이번에는 검찰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난처한 입장이다. 법원의 입장이 워낙 완강한 데다 점유를 계속 요구할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당장 법원의 일방적 퇴거 요구와 출입문 폐쇄 조치로 공판업무와 일 평균 50여 명에 달하는 민원인의 열람등사 업무 등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과 충분한 협의점을 찾을 수 있길 희망한다"면서도 "27일 강제 조치에 나선다면 상응하는 법적 조치 등을 강구할 것"이라 밝혔다.

손현성 기자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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