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리저렉션' 22일 개봉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18년 전 종결된 시리즈를 거부감 없이 부활시켜낸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매트릭스3-레볼루션’(2003)이 나온 지 18년이다. 그 사이 스크린 밖에선 많은 일이 있었다. ‘매트릭스’ 시리즈로 이름을 널리 알린 래리·앤디 워쇼스키 형제 감독은 성전환수술을 거쳐 라나·릴리 자매가 됐다. 둘은 ‘스피드 레이서’(2008)와 ‘클라우드 아틀라스’(2012), ‘주피터 어센딩’(2015)이 흥행에 참패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할리우드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매트릭스’ 시리즈에 눈이 휘둥그래졌던 이들이 동공을 더 확장할 만큼 컴퓨터그래픽(CG)이 진화했다. 감독의 삶이 변했고 산업이 바뀌었으며 관객층이 달라졌다. 18년 만에 내놓는 속편 ‘매트릭스: 리저렉션’(리저렉션)에 대한 시선은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섣부른 예단은 금물. ‘리저렉션’은 이전 시리즈의 이야기를 이으면서도 새로운 생각과 새 메시지를 담아낸다. ‘매트릭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액션이나 CG가 충격적이지는 않으나 볼거리가 꽤 쏠쏠하다. 주인공들이 172m 높이 43층 건물에서 실제로 떨어지는 액션을 연출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12개 구역의 출입을 통제한 채 차량 추격 장면을 찍었다. 이야기 설정은 여전히 뇌세포를 자극하고, 인물들의 면면은 아직도 매력적이다. 부제 ‘리저렉션(Resurrection)’처럼 18년 전 종결됐던 시리즈를 매끄럽게 부활시킨다.

'매트릭스'의 주요 캐릭터인 모피어스는 이번에도 등장하나 배우는 바뀌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매트릭스3’에서 네오(키아누 리브스)와 연인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던진다. 인간 신체를 포박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가상현실을 꿈꾸게 했던 기계와 맞서 싸우다 맞은 최후였다. ‘리저렉션’에선 웬일인지 네오가 예전처럼 가상현실 속에서 토머스 앤더슨으로 살고 있다. 평범한 회사원이자 해커였던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 디자이너가 됐다. 그는 게임 ‘매트릭스’ 3부작 시리즈로 명성과 부를 얻었다. 게임 회사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다. 이전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기계 문명의 절대 권력자로 묘사됐던 존재의 이름과 같다. 게임 회사의 모기업은 워너브러더스(‘매트릭스’ 시리즈의 투자배급사)다.
앤더슨은 게임을 개발하면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상담가인 애널리스트(닐 패트릭 해리스)는 게임 개발에 열중하다 게임과 현실을 구분 못하면서 일어난 정신 이상으로 진단한다. 앤더슨은 기존 게임을 유지 보수하는 작업을 하는 동시에 새 게임 개발에 나서는 데, 계속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 티파니(캐리 앤 모스)에게는 이유 모를 친밀감을 느끼면서 마음이 끌린다. 어느 날 앤더슨 앞에 미지의 사람들이 나타나고, 그가 살고 있는 삶이 진짜가 아님을 각성시킨다.

'매트릭스3-레볼루션'에서 죽었던 네오(왼쪽)와 트리니티의 부활이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핵심 이야기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전편들처럼 앤더슨은 진실을 알기 위해 안락한 삶을 버리고 네오가 된다.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이 여전히 등장하나 선택을 통한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하던 장치는 더 이상 아니다. 영화는 자유의지보다 운명에 무게를 둔다.
“철학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전편들처럼 스크린 여러 곳에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앤더슨이 개발 중인 게임 이름은 ‘바이너리(Binary)’다. 이진법이라는 뜻으로 ‘0’과 ‘1’로 이뤄진 디지털 가상세계 매트릭스를 의미한다. 앤더슨이 가상세계 매트릭스에서 살지, 현실에서 역경에 맞서야 할지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을 뜻하기도 한다. ‘탈진실(Post-truth)의 시대’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넣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진짜를 찾는 걸 포기했었죠”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무지개 색 하늘’이란 표현이 나오기도 한다. ‘매트릭스’ 1~3편이 기계문명에 대한 비판에 집중했다면, ‘리저렉션’은 다양성이 존중 받지 못하고, 진실마저 외면 받는 2020년대 세태를 꼬집는다.

'매트릭스: 리저렉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동생 릴리는 빠지고 라나 워쇼스키 홀로 메가폰을 잡았다. 릴리는 더 이상 영화 연출에 흥미가 없어 동참하지 않았다고 한다. 라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슬픔을 달랠 수 있는 이야기를 상상하고 싶었다”며 “내 뇌가 저절로 전에 죽은 캐릭터인 네오와 트리니티를 되살렸다”고 밝혔다. 18년 만에 선보인 ‘매트릭스’를 ‘리부트(Rebootㆍ배우 등을 모두 바꾸고 영화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 형식으로 만들지 않은 배경이다(영화 속엔 “리부트가 더 잘 팔리는데”라는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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