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위하는 나, 너무 멋있고 쿨해! 친환경이 곧 쿨하고 힙한 것으로 널리 퍼졌으면 좋겠어요."
MZ세대가 닮고 싶어하는 스타일 아이콘답게 배우 공효진은 "붐은 멋과 함께 가야한다"고 했다. 그가 배우 이천희·전혜진과 함께 에너지자립섬 충남 죽도에서 일주일간 캠핑에 나선 배경이다. 쿨하고 힙하게, 자연에서 '흔적 없이' 머무는 탄소 제로 캠핑에 도전하면서다. 그 과정은 기후변화를 소재로 한 국내 최초의 예능 프로그램 KBS '오늘부터 무해하게(오늘 무해)'에 낱낱이 담겼다.
'오늘 무해'를 연출한 구민정(32) PD는 "친환경 실천도 누구나 한번 따라하고 싶게끔 멋있는 일이 되면 마치 유행처럼 퍼져 나가지 않을까 싶었다"며 "특히 누구보다 환경 문제에 진심이고, 젊은 세대의 워너비인 공효진과 함께라면 된다고 봤다"고 했다. 최근 전화로 만난 그는 "'오늘 무해'가 환경 예능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자부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환경과 예능이라는 이 격조한 조합은 어떻게 나왔을까. 캠핑 예능을 함께 해보자는 구 PD의 제안에 공효진이 "환경 문제를 녹이자"고 역제안하면서다. 11년 전 환경 에세이 '공책'을 펴내기도 했던 공효진이 보기에 "요즘 최고 문제는 지구온난화의 주범, 탄소"였기 때문이다. 구 PD의 머릿속에 반짝 스위치가 켜졌다. '오늘 무해'의 시작이다.
'오늘 무해'는 "환경 보호의 입문서 같은 프로그램"이다. 특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기후 위기와 탄소, '탄소 중립'이라는 개념을 일상에서 알기 쉽게 풀어준다. 우선 1만 그루 나무 심기를 목표로, 제작진은 가상의 탄소 화폐 '그루'를 도입했다. 1만 원 한도 내에서 일주일을 버티는 과거 예능 '만원의 행복'처럼 1만 그루 총량에서 배출한 탄소량만큼을 차감하는 식이다. 공효진 이천희 전혜진 세 사람은 빵 하나를 먹고, 물 한 방울을 쓰는데도 그루를 지불해야 한다.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탄소가 나오는지 보여주는 장치인 셈이다.
반대로 탄소를 줄이는 활동을 하면 그만큼 그루를 번다. 세 사람은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고(플로깅), 폐자재로 식탁을 만들고, 갯벌에서 직접 캔 바지락으로 로컬푸드를 만들어 먹는다. 캠핑 마지막날 남은 그루(1만3그루)만큼 화재로 소실된 경북 안동의 산림에 나무를 심었다.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잔여량은 나무를 통해 흡수해서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실천한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늘 무해'는 더 큰 판을 벌인다. '생수는 왜 꼭 플라스틱병에 담아야 할까'라는 작은 궁금증은 한 대형마트와의 협업으로 이어져 종이팩 생수 출시로 이어진다. 공효진 등 출연진 제안으로 순면이나 생분해 소재로 만든 물티슈, 플라스틱 용기가 없는 비누 형태의 샴푸바 등도 나왔다. 구 PD는 "친환경 실천을 하다 보면 개인은 무력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생산자인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 무해'는 기존 공익 예능처럼 의식 전환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기업을 움직여 생산 방식의 변화까지 이끌어 냈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종영한 '우리 무해'의 시청률은 아쉬웠지만 기획의도에 공감한 시청자를 중심으로 호평을 받았다.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시즌 2를 노린다. '우리 무해' 방송분을 80~100분 분량으로 재편집한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오늘 무해'는 "완벽하진 않아도 무해한 하루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보자"고 제안한다. 이제 당신이 화답할 차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