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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방'에서 우리 문화의 표정 자연스럽게 읽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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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방'에서 우리 문화의 표정 자연스럽게 읽어가길"

입력
2021.12.24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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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사유상 두 점 전시된 '사유의 방' 설계자
최욱 원오원 아키텍스 대표 인터뷰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을 설계한 최욱 원오원 아키텍스 대표가 17일 서울 서대문구 원오원 아키텍스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모나리자가 있다면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반가사유상이 있다.’

중앙박물관 하면 그 대표 소장품인 반가사유상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박물관의 야심 찬 계획에 따라 지난 11월 12일부터 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에는 ‘사유의 방’이 마련됐다. 반가사유상 두 점(국보 제78호, 제83호)만 별도로 전시하는 공간이다. 반가사유상 두 점이 동시에 전용 공간에 상설전 형태로 전시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약 한 달간 사유의 방을 다녀간 관람객은 7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반가사유상은 공간과 어우러지며 빛나고 있다. ‘찰나의 미소가 나를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사유의 방을 설계한 최욱 원오원 아키텍스 대표를 만났다. 박물관이 최초로 전시실 협업을 제안한 최욱(58) 대표는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학고재 갤러리 등을 설계한 유명 건축가다.

최 대표는 반가사유상을 유물로만 보지 않았다. ‘과거에서 왔고 미래로 이어져 갈 정신’이라고 봤다. “반가사유상은 현실 존재가 아니에요. 중생을 구제하러 오기 전 억만년의 세월이 떨어진 다른 곳에서 지상에 내려올까 고민하는 존재입니다. 즉 다른 차원에 있는 존재라서 추상적인 느낌이 필요했어요.”

끝부분만 반짝이는 알루미늄 봉 2만1,000여 개를 천장에 달았다. 추상적인 느낌을 주려면 천장이 너무 사실적으로 보여선 안 됐다. 봉은 시각적으로 두드러지진 않지만 어둠 속에서 분위기를 잡아줬다. 또한 과거의 것을 단순히 바라보는 게 아니라 관람객이 반가사유상과 교감할 수 있었음 했다. 그러려면 반가사유상을 여러 각도에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유물 뒤로 벽을 휘게 함으로써 유물을 가운데 놓고 자연스럽게 도는 동선을 만들어냈다.

반가사유상 두 점이 설치된 '사유의 방'. 연합뉴스


반가사유상만 돋보이게 할 필요도 있었다. 그러려면 배경은 배경이어야 했다. 전시장으로 들어오는 복도 벽에 숯을, 전시장 벽에는 흙을 칠했다. 전시대에는 옻칠을 했다. 숯, 흙, 옻 등이 빛을 흡수하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빛을 반사하는 건 반가사유상뿐이어서, 시선은 오직 두 유물에 집중이 됐다.

전시장은 전체적으로 소극장 느낌이 들도록 설계했다. 소극장에서 배우와 관객이 소통하듯, 반가사유상과 관람객이 소통하길 바랐다. 최 대표는 “전시장 세로 길이가 24m인데, 이는 관객이 배우의 섬세한 표정까지도 볼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전시장 바닥에는 약간의 경사(1도)를 뒀다. 이 역시도 의도가 있다. “우리나라 사찰 계단을 보면 올라갈 적에 약간 경사진 계단이 있거든요. 시각적으로 좁아 보이니까 올라갈 때는 굉장히 아득하게 보이는데, 이게 또 내려갈 적에는 편하게 보이기도 하거든요.”

들어가고 나가는 길도 마련했다. 반가사유상을 보려면 복도를 통과해야 하고, 다 보고 난 뒤에는 또 다른 복도를 통과해야 외부로 나갈 수 있다. “밝은 곳에 있다가 갑자기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면 눈이 부시죠. 제가 생각하기에 반가사유상이 있는 공간은 굉장히 정제된 빛으로 봐야 하는데, 관람객의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봤어요. 눈이 적응할 시간을 준 것이죠.”

최 대표는 사유의 방을 계기로 대중이 누릴 수 있는 공적인 시설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굉장히 많은 미적 유산이 있는데, 일상과 유리돼 있는 게 많아요. 사유의 방에서 우리 문화의 표정을 느끼고 돌아갔으면 해요. 특히 젊은 분들이 강요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반가사유상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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