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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키다리아저씨 덕, 대규모 박수근전 마침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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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키다리아저씨 덕, 대규모 박수근전 마침내 가능했다"

입력
2021.12.20 15:28
수정
2021.12.20 15:4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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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인터뷰
작품 빌려주고 미술관도 후원해준 애호가들 덕분

박수근전을 기획한 김예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가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 전시 중인 박수근의 대표 작품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김 학예연구사는 “박수근은 무모해 보이지만 매일 같은 것을 반복해서 그려 왔고, 나중에는 그것을 인정받았다”며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면 결국에 그것이 큰 차이를 가져오는 것 같다. 여기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힘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4개 전시실 가운데 방 하나라도 제대로 채울 수 있을까?’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이래 첫 박수근 개인전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 전시가 지난 11월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개막했다. 유화, 수채화, 드로잉, 삽화 등 총 174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다. 하지만 전시 기획 단계에서 김예진 학예연구사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이랬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능했을까.

“박수근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기관에 요청했을 때 작품이 20점도 안 됐어요. 덕수궁관의 전시실이 총 4개인데, 한 방도 못 채울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올 초 ‘이건희 컬렉션’이 들어와 도움이 많이 됐죠. 그게 30여 점 되니까요. 박수근 작품을 가지고 있는 개인 소장가들의 통 큰 대여 결정도 한몫했어요.”

국립현대미술관은 1년에 한 번씩 1인 작가전을 여는 걸 기본 방침으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박래현, 유영국, 이쾌대 등의 개인전이 열렸다. 박수근은 늘 후보에 올랐지만 채택되지 못했다. 중요한 화가였지만 작품 소장처 파악의 어려움, 비싼 보험료 등 현실적 문제로 매번 숙제로 남아 있었다. 김예진 학예연구사는 “2016~2018년 이뤄진 박수근 전작도록사업으로 많은 작품군이 정리가 돼 한번 해볼 만하겠다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막상 전시를 기획해보기로 했지만 소장처를 파악하고 작품을 대여해오는 일은 쉬운 게 아니었다. 수소문으로 개인 소장가를 알아내고, 연락해 설득하기를 수개월, 한 명 두 명씩 마음의 문을 여는 이들이 생겼다. “소장가 입장에서는 자신의 개인적인 공간에 누가 찾아와 작품을 체크하는 게 싫을 수 있거든요. 집에서 늘 보던 그림을 몇 개월 떠나 보내는 아쉬움도 있을 것이고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술을 좋아해 전시의 중요성을 아시는 분들이었어요. 학생들도 많이 보러 오니까 교육적으로도 중요한 전시라고 강조했는데, 많은 분들이 공감해줬어요.”

전시는 그에 앞서 박수근 작품을 사랑하고 수집해온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학예연구사는 "박수근이 열악한 조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고, 작가를 후원했던 미술 애호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현대화를 명분으로 추상화를 향해 달려가던 당시 화단 주류 흐름에서 이들은 박수근을 지켜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들이 좋은 작품을 대중과 나누고 미술의 발전을 응원하려 했기에 가능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작품 소장가로만 알고 만나 뵈었던 분들 중에 미술관을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더러 계셨어요. 조용히 작품을 대여해주시고 조용히 후원도 해주시면서 내색을 안 하시는 분들이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여성 분도 있었는데 이분들은 ‘미술관 키다리아저씨’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전시에서는 처음 외부에 공개되는 작품도 더러 구경할 수 있다. 박수근의 초등학교 담임이자 화가의 길을 격려했던 오득영 선생의 손녀딸이 보관해오던 작품 ‘초가집’이 대표적이다. 김예진 학예연구사는 “박수근이 오득영 선생에게 선물을 많이 했는데, 그걸 유족이 보관해온 것”이라며 “수십 년간 외부에 공개되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 대중에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 이어진다. “소장가들 중에는 연로하신 분들이 다수인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시면서 대여해주신 분들이 있었어요. 어렵게 모아 만든 전시이니만큼, 박수근 그림이 뿜어내는 따뜻한 정서를 느끼러 많이들 보러 오셨으면 좋겠네요.”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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