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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화장실·테마파크… 전국은 반려동물 정책 경쟁 중

입력
2021.12.21 04: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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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반려가구 15% 달해… 갈수록 증가
'일자리 창출' 테마파크 지역명소 '우뚝'
'갈등 완화' 위해 반려견 놀이터 확대도
반려동물 산업과 지역 관광 연계 시도
지자체들 "펫 산업이 미래 먹거리" 투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전국 지자체들이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에 인프라 설치를 통해 반려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와 비반려인과의 분쟁 감소 등 예상치 못했던 순기능이 나타나면서 지자체의 주요 사업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반려동물 가구는 약 313만 가구로 전체의 15%에 달한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지역명소' 된 반려동물 테마파크...경제 활성화 도모

지난 16일 경기 오산시가 환경사업소에 조성한 '반려동물 테마파크'가 문을 열었다. 테마파크에는 실외 동물놀이터를 비롯해 애견미용숍, 펫호텔, 애견수영장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오산시 제공

지난 16일 경기 오산시가 환경사업소에 조성한 '반려동물 테마파크'가 문을 열었다. 테마파크에는 실외 동물놀이터를 비롯해 애견미용숍, 펫호텔, 애견수영장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오산시 제공

지자체들은 반려동물 산업을 지역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선정해 지역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삼고 있다. 경기 오산시는 지난 16일 수도권 최대 규모의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개장했다. 기피 시설이었던 하수종말처리장을 복개한 자리에 호텔과 미용실, 수영장 등의 시설을 갖춘 테마파크를 조성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 것이다. 오산시는 "테마파크를 통해 반려동물 산업 지역인재를 육성하고 연간 1,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충남 태안군도 반려동물 산업을 지역 관광과 연계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로컬푸드 직매장에 반려동물 놀이터를 조성한 태안군은 내년부터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광견병 무료접종, 로컬푸드 직매장 할인쿠폰 제공, 수의사 무료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태안군 관계자는 "주말이면 반려동물과 함께 로컬푸드 직매장을 찾는 관광객이 100여명에 달한다"며 "반려동물 산업도 관광 자원으로서 뛰어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갈등' 줄이는 반려동물 전용시설

지난달 28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문덕리 포항반려동물테마파크 개장 행사에서 한 반려인이 반려견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포항=뉴스1

지난달 28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문덕리 포항반려동물테마파크 개장 행사에서 한 반려인이 반려견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포항=뉴스1

반려동물 전용시설 조성은 지역 갈등 해소에도 일조하고 있다. 경북 포항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려인들은 그동안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주민들과 같은 공간을 사용하면서 크고 작은 갈등을 빚었다. 지난달 30일 포항시에서 문을 연 반려동물 테마파크 '댕댕동산'은 이러한 갈등 해소를 겨냥한 사업이다. 댕댕동산은 반려견 운동장만 6곳을 갖추고 있어, 운동장(9,065㎡) 면적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다. 포항시 관계자는 "강아지 입마개 미착용이나 배변을 치우지 않는다는 민원이 많았다"며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 스트레스 받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해법으로 테마파크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44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등록된 서울시도 반려견 놀이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반려가구 대부분이 공동주택에서 생활하는 탓에 층간소음 문제가 제기되는 등 별도 놀이 공간의 조성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7개에 불과한 반려견 놀이터를 2025년까지 15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은 최근 하천변에도 반려견 놀이터를 만들 수 있도록 하천법을 개정해달라는 내용의 서한문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보내기도 했다. 서울시는 정부가 반려동물 등록제를 통해 파악한 수보다 훨씬 많은 112만 마리의 반려동물을 시민들이 기르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려견의 배설물 처리 문제는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충돌하는 주요 지점이다. 수원시는 공원에 반려견 소변 전용 화장실 15개소를 설치해 주민 갈등 해소에 나섰다. 반려견 화장실은 나무 기둥에 배변하는 개들의 습성에 착안, 기둥형 원통 밑에 배설물을 분해하는 친환경 소재와 활성탄을 채워 만들었다. 수원시 관계자는 "반려견의 소변 악취를 줄이고, 올바른 반려 문화 정착을 위해 설치했다"고 말했다.

반려견들과 시민들이 어린이대공원 반려견놀이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반려견들과 시민들이 어린이대공원 반려견놀이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유기동물, 저소득층 등 사각지대 최소화 노력도

주인에게 버림받은 유기동물의 복지 개선을 위한 지자체 정책도 눈에 띈다. 경기 광명시는 지난 9월 반려동물문화복합센터인 '반함'을 열고, 유기동물 입양사업과 반려동물 행동교정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경남 통영시도 지난 9월 그동안 위탁 관리하던 유기동물 보호소를 시에서 직영으로 운영하기 위해 동물보호센터를 개소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드는 점에 착안해 저소득층 복지와 연계하는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경남도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진료비를 최대 24만 원까지 지원한다. 서울시도 사회적 약자층 500가구를 선정해 시에서 지정한 동물병원에서 회당 5,000원 수준에서 예방접종 등 필수 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동물을 배려하려는 것은 사회 전반의 생명에 대한 인식과 연계돼 있다"며 "지자체에서 반려동물 정책이 증가하는 현상은 동물 보호가 공적 가치라는 인식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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