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가 기적처럼 돌아왔다. 분명 완전치는 않다. 300야드가 넘는 장타를 펑펑 때려내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고, 간혹 힘겨운 표정을 짓거나 다리를 절기도 했다. 하지만 10개월 전 한쪽 다리를 잘라낼 뻔한 큰 사고를 당해 3개월이나 누워 지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황제의 귀환을 기다리는 전 세계 골프 팬들에게 큰 기대감을 품게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 칼턴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이벤트 대회 PNC 챔피언십(총상금 108만5,000달러) 1라운드 시선은 온통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와 그의 아들 찰리(12)에게 집중됐다. 지난 2월 자동차 전복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다친 우즈가 오랜 재활을 거쳐 처음 경기에 나선 순간이다. 다리 절단을 고려했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기에 우즈가 필드에서 다시 예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아들과 함께 연한 주황색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나온 우즈가 1번 홀(파4) 티샷을 힘차게 휘둘러 페어웨이로 날려 보내자 갤러리의 박수가 쏟아졌다. 비록 티 샷 거리는 사고 전보다 한참 짧은 260야드에 그쳤지만 복귀전 첫 티샷으로는 이보다 훌륭할 수는 없었다.
이날 우즈의 경기는 파이팅 그 자체였다. 1번 홀 첫 버디에 이어 3~5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으며 전반 4타를 줄인 우즈 부자는 후반 9개 홀에서 6타를 줄여 10언더파 62타를 합작했다. 공동 5위로 1라운드를 마친 우즈 부자는 부활의 성공을 알렸다.
특히 파5인 3번홀에서는 우즈가 날린 두 번째 샷이 홀컵을 그대로 스치고 지나가 앨버트로스가 될 뻔하기도 했다. 또 11번 홀(파4)에서 우즈는 전성기 때에 버금가는 비거리 300야드의 드라이버샷을 선보이기도 했다.
1라운드를 마친 뒤 우즈는 “아직 골프를 할 수 있는 몸은 아니다”라며 “카트를 이용했지만 몸 상태가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 피곤하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날카로운 샷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우즈는 “내가 제대로 친 샷은 3차례 정도에 불과했다"고 말했지만 동반 플레이한 저스틴 토머스는 “진짜 말도 안 됐다. 그 샷을 보고 우즈를 쳐다봤더니 나를 보고 싱긋 웃더라. 우즈가 건강했을 때 보여준 샷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고 감탄했다. 우즈와 토머스가 말한 샷은 3번홀(파5)에서 220야드를 남겨놓고 4번 아이언으로 친 샷으로 홀컵 3m에 붙었다.
우즈는 17번홀(파3)에서 7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하고 나서는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최고 전성기이던 2000년과 비교하며 “그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 당시 샷의 느낌과 날아가는 모양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우즈는 11번홀에서 300야드를 날려 장타자인 토머스보다 더 멀리 보내기도 했다. 우즈는 “전성기의 스윙 스피드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지만, 토머스는 “내 공은 제대로 맞았는데 그것보다 우즈가 더 멀리 보낸 것은 스윙 스피드도 예전처럼 회복할 수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고 전했다.
마케팅도 성공적이다. 우즈는 이날 자신을 후원하는 용품사의 신제품 드라이버와 우드, 골프공을 들고나왔다. 우즈의 골프백에 들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됐다.
한편 존 댈리 팀과 토머스 팀이 나란히 12언더파 60타로 1타 차 공동 2위에 올랐고, 첫 출전한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다는 아버지 페트르와 조를 이뤄 9언더파 63타로 공동 1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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