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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뮤지션 해외진출, 못 꿀 꿈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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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뮤지션 해외진출, 못 꿀 꿈은 아니잖아요?"

입력
2022.01.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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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선희 희망정거장 대표
2018년 4월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기업 등록
2020년 2월 대구에서 전국 최초로 무관중 콘서트
"지역에서도 가능하다는 것 보여주고 싶어"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기업인 '희망정거장'의 류선희 대표는 "희망정거장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이 한층 더 활기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김채은 대구한국일보 기자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기업인 '희망정거장'의 류선희 대표는 "희망정거장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이 한층 더 활기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김채은 대구한국일보 기자


"전국 최초 무관중 콘서트는 작은 몸짓이었지만, 위축돼 가던 문화계 전체에 희망을 줬다고 생각해요."

2020년 2월 대구에서 전국 최초로 무관중 콘서트가 열렸다. 이 행사를 기획한 류선희(47) 희망정거장 대표는 지난 2018년 4월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기업 희망정거장을 설립해 방송·공연 콘텐츠 제작, 공연장 대관사업 및 기획공연 사업을 하고 있다. 2018년 희망정거장을 시작할 때는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지 감을 잡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제는 문화예술분야에 있어 성공한 사회적기업이자, 예술인들 사이에서 ‘고마운 기획사’로 통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연이 어렵게 된 인디 뮤지션과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무대를 통한 수익과 일자리를 제공하고, 관객들에게는 양질의 문화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희망이 머물고, 트렌드에 반응하는 정거장

류 대표는 희망정거장을 설립할 무렵 대명동에 위치한 라이브홀 '락왕'을 인수했다. 락왕은 밴드들의 성지로 불렸던 곳으로 상징적인 곳이었다. 류 대표는 락왕을 인수한 후 정기적으로 공연을 개최하며 자체 브랜드 공연도 만들었다. 바로 'MUSIC & TIPBOX'와 '음악공장'이다, 정기적으로 지역 뮤지션과 서울의 유명 뮤지션을 초청해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하루, 몽니, 호우밴드, 돈데크만, 모노플로, 매드킨, 밴드 라디오 등 지금까지 30여팀이 출연했다. 어쿠스틱 밴드 오늘하루의 보컬 최태식 씨는 "대구 시내에 이렇게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공연장은 드물다.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게 느껴지는 곳이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도 락왕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내려오기도 했다.

음악공장 공연 몇 개는 지상파를 타기도 했다. 지난 2019년 대구 MBC에서 자신들의 채널에서 음악공장의 공연을 방영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프로그램의 저작권은 대구MBC에 넘기지 않고 희망정거장과 뮤지션들이 가지기로 했다.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에서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사람들이 외출도 자제하는 상황에서 공연장에 가는 것은 생각도 못 할 일이었다. 공연과 행사도 잇따라 취소되면 문화예술계 전체에 위기가 찾아왔다. 류 대표도 코로나로 희망정거장의 문을 닫는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해야 했다.

시민들은 마음이 지쳐갔고, 노래와 연주만이 희망이었던 뮤지션들도 막막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희망정거장은 비대면 공연을 기획해 공연예술계에 희망을 불어 넣었다. 현장은 무관중 상태에서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연을 방송했다. 뮤지션들도 채팅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했다. 희망정거장의 공연 이후 문화예술계 전체에 비대면 공연 및 전시 바람이 일었다. 희망정거장에 일을 맡기는 곳이 늘어났다. 코로나19 속에서 수익은 더 증가했다.

"코로나가 심각해지자 앞길이 막막해졌어요. 그래도 뮤지션들이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 저희에게 선물이 돼서 돌아왔어요. 생각해보니 비대면 공연은 희망정거장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속칭 '장비빨'도 무시할 수 없는 성공 요인이었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최고급 장비와 우수한 인력들로 튼튼하게 기반을 다졌다. 주변에서는 "그렇게까지 비싼 장비를 쓸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이든 하면 제대로 하자는 성격을 가진 류 대표는 어설픈 장비로 사업을 시작할 바에는 안 하는 게 낫다고 여겼다. 자신의 선택을 믿으며 과감하게 투자했다.

"공연장과 촬영장비, 중계차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어요. 정말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한다면 아낌없이 투자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4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 뮤지션과 고객들은 희망정거장 장비의 가치를 알아봤다. "지역에서 이 정도의 장비를 갖춘 곳은 거의 없다" "이런 좋은 장비가 있으니 일할 의욕이 난다" "영상의 질이 확실히 다르다"며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 입을 모아 칭찬했다. 지금도 류 대표는 좋은 공연과 영상제작을 위해 수익의 일정 부분은 장비에 투자하고 있다.

지역 사회에 꾸준히 선한 영향을 주던 '희망정거장'은 지난해 3월 창의혁신형 인증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단기간에 인증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서 큰 주목을 받았다.

류 대표는 앞으로의 목표는 '해외 진출'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도 우수한 문화예술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스트리밍 분야에 수요가 많은 중국에 진출해 대한민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는다면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희망정거장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이 한층 더 활기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역이라서가 어렵다'가 아니라 '지역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김채은 대구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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