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배우자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윤 후보는 “제 아내와 관련한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국민 비판을 겸허히 달게 받겠다”고 했다. 윤 후보의 사과는 부인 의혹이 불거진 지 사흘 만에 나온 것이다. 당내 민망한 상황들까지 노출됐지만 윤 후보가 전과 달리 정치공세로 치부하지 않고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 것은 잘한 일이다. 다만 구체적인 설명과 입장을 밝히지 않아 의혹을 해소시키기에는 미흡한 사과다.
윤 후보는 팩트 대응이 먼저라며 당의 선(先)사과 요구에 반대했으나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사과부터 한 것으로 보인다. 논란은 김씨가 2007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교수초빙 지원서에 기록된 경력들에 허위 의혹이 보도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유사한 다른 의혹들까지 공개되면서 윤 후보의 대선 모토인 공정과 상식까지 위협받는 상황으로 번졌다. 윤 후보 선거 캠프에서 뼈아픈 점은 조율되지 않은 초기 대응이었다. 윤 후보는 “부분은 몰라도 전체적으로 허위가 아니다”라거나 “(겸임교수 임명은) 부풀리기 관행”이란 말로 반발을 샀고, 김씨는 “돋보이고 싶었다”는 해명으로 여론을 악화시켰다.
윤 후보도 “논란 자체만으로도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인정했듯이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은 사생활인 ‘쥴리 의혹’과는 다르다. 우리 사회의 가장 민감한 공정 문제와 연결된 사안이다. 그래서 비록 윤 후보가 사과는 했어도 의혹의 진위가 제대로 가려지지 않는다면 논란은 수그러들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윤 후보가 사과하면서 “경력기재가 정확하지 않아 논란을 야기하게 됐다"고 언급한 것은 매우 우려된다. 분명한 해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가 된 경력기재는 정확하지 않을 뿐 허위가 아니란 입장부터 강조한 것이다.
지금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들에 대한 진솔하고 정확한 해명이다. 그 과정에서 윤 후보는 가족과 주변 문제에 더 엄정해야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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