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목표 4.5~5%"
중·저신용자 대출엔 유연 대처 전망에
고신용자들 "규제 역차별 집중" 우려
직장인 김모(37)씨는 내년 퇴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아예 다른 업종 자격증을 따기 위해 직장을 1년 쉬면서 공부에 매진할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 1년치 생활비를 은행에서 신용대출 받으려 했던 김씨는 최근 기사를 보고 이 계획을 접었다.
그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울 것 같다”며 “30대 중반 이후 새 도전을 위해 그간 신용점수를 꼼꼼하게 관리해왔는데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중·저신용자 대출은 쉬워진다는 뉴스까지 접하고 나니 그동안 괜한 짓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고신용자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규제가 느슨해지는 만큼, 고신용자는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년 중·저신용자 대출은 '숨통' 전망
1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제시할 내년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치는 4.5~5%로 전망된다. 이는 올해 목표치 하한(5%)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내년에도 대출 문턱은 올해 못지않게 높을 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저신용자 대출의 숨통은 어느 정도 트일 것으로 보인다. 통상 중·저신용자는 신용평점 하위 50%를 지칭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사별로 미세 조정은 하겠지만, 각사가 제출한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는 그대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도 중·저신용자 대출을 영업의 돌파구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내정자는 이달 초 “(신용등급) 7등급 이하 고객 대출한도는 열려 있어 성장 기회로 탐색해야 한다”며 “신용평가모형(CSS)을 정교화해 이들 고객군을 어떻게 찾아내느냐가 은행 성과 차별화 요소”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다른 시중은행도 ‘CSS 정교화 작업’으로 중·저신용자 고객군을 찾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고신용자, 내년에도 '대출한파'
하지만 고신용자들은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정모(35)씨는 “올해 대출규제로 가장 어려웠던 고신용자 대출문턱은 더 높아지는데, 중·저신용자 대출만 수월해지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고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은행권 기타대출(가계신용대출 포함)의 올해 11월 증가액(전월 대비 5,000억 원)은 지난해 11월(7조4,000억 원)보다 90% 이상 급감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연말까지 일부 고신용자 대출을 아예 중단하면서도 지난달 중·저신용자 대상인 금리 7% 이상 신용대출 판매는 전달 대비 각각 6.5%포인트, 8.9%포인트 늘렸다.
정씨는 “내년부터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계산에 카드론도 포함된다고 들었는데, 고신용자는 이제 급전이 필요해도 대출을 받을 구멍이 사실상 없는 셈”이라고 푸념했다.
다만 금융업계에서는 이 같은 ‘역차별 우려’가 기우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다음 달부터 대출액 2억 원 초과 차주에 DSR규제가 적용되면 ‘영끌족' 대출이 현저히 줄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고신용·실수요자 대출에 여유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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