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징서 일본군에 30만 명 희생 근거 부족"
상하이 교사 의문 제기했다가 곧바로 해임
최악 중일관계, 감정선 건드렸다 마녀사냥
내달 미일 2+2회담 열면 중국 더 반발할 듯
내년 수교 50주년을 맞는 중국과 일본은 갈수록 관계가 험악해지고 있다. ‘일본이 싫다’는 중국인은 ‘좋다’는 응답의 두 배가 넘는다. 1937년 일본군이 자행한 난징대학살은 중국인의 혐일 감정을 언제든 솟구치게 만들 촉매제나 마찬가지다.
중국은 당시 30만 명이 희생됐다고 밝혀왔다. 그런데 중국의 한 교사가 수업시간에 이 숫자에 의문을 제기하며 감정선을 잘못 건드렸다가 곧바로 해고당했다. 분이 풀리지 않는 여론은 그를 향해 마녀사냥식 비난을 퍼붓고 있다. 여기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베이징올림픽 불참 선언과 내달 미국과 일본의 외교ㆍ국방(2+2) 회담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꽉 막힌 중일 관계는 좀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전단직업학원(전문대)은 16일 여교사 쑹모씨를 해임한다고 밝혔다. 수업시간에 난징대학살에 대해 부당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쑹씨는 14일 ‘뉴스 인터뷰’라는 과목을 진행하면서 “일본군이 난징에서 30만 명을 학살한 것은 한 사람의 수기(手記)에서 짐작한 수치라 근거가 부족하다”며 “그렇게 본다면 3,000명, 2만 명, 50만 명, 7만 명 등 다양한 주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죽었는지 성(姓)도, 주민번호도 없어 30만이라는 숫자는 역사소설의 한 줄에 불과하다”면서 “유대인 학살과 같은 정확한 기록이 안타깝게도 중국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은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영상을 공유하면서 알려졌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 조회수는 이틀 만에 3억5,000만 회를 넘어섰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역사적 진실을 멋대로 추측하고 다른 나라의 악행을 부인하는 거짓 교육”이라며 “민족의 고난과 뿌리를 외면하는 몰상식한 사람이 어떻게 다음 세대를 가르칠 수 있겠는가”라고 일갈했다. 일부 네티즌은 쑹씨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봉쇄된 우한의 참상을 전한 ‘우한일기’의 저자 팡팡과 비교하며 “둘은 같은 학교 동문이고 모두 일본 여행을 다녀온 전력이 있다”고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또 “해고에 그칠 게 아니라 실형에 처해야 하는 범죄행위”라고 분노를 쏟아냈다.
일본이 미국과 눈에 띄게 밀착하면서 중국의 반감은 더 커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할 계획이 없다”며 미국이 주도하는 ‘외교적 보이콧’에 사실상 동참했다. 이에 더해 교도통신은 미일 양국이 내달 7일 2+2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양국 외교안보 장관들이 총출동하는 회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전면에 나서 대만 유사시 집단자위권을 강조하며 자극하는 터라 중국은 양국의 회담에 잔뜩 신경이 곤두서 있다.
중국 매체들은 내년 1월 2+2회담이 성사된다면 2월 기시다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미일 2+2회담으로 분위기를 조성한 뒤 스가 요시히데 당시 총리가 한 달 뒤인 4월 워싱턴을 찾은 전례를 감안해서다. 내년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올림픽 기간에 미일 정상이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 의기투합해 중국을 곤혹스럽게 하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17일 글로벌타임스에 “대만 문제가 미일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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