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담당 퇴사 전 부인명의 회사설립 후 계약
무늬만 대기업... 폐기물관리 '구멍가게' 수준
3년 거래 CJ대한통운, "불법처리 몰랐다" 변명
논산시, 반출한 CJ대한통운 '뒷북 고발'
충남 논산의 시골 마을을 악취로 발칵 뒤집어 놓은 대규모 음식폐기물 사건 뒤에는 대기업의 구멍가게 식 폐기물 처리와 논산시의 안일한 업무처리가 있었다. 업무를 잘 아는 한 직원의 일탈이 빚은 일이지만, 그의 불법 행위를 사전에 눈치채지 못했고, 불법성을 확인한 뒤에도 대처하는 데에는 미온적이었다.
17일 CJ대한통운 등에 따르면 논산시 광석면 득윤리 가구공장에 음식폐기물 1,800톤을 불법 방치한 폐기물처리업체 A사는 전 CJ대한통운 직원 B씨가 그의 부인 C씨 명의로 설립, 운영한 업체다.
한 관계자는 “B씨는 CJ대한통운 수원반품센터에서 폐기물 처리 업무를 담당하던 2018년 4월, 자신의 부인 명의로 A사를 설립했다”며 “이어 자신의 A사를 5개 폐기물처리 협력업체 중 한 곳으로 끼워 계약을 체결한 뒤 퇴사했다”고 말했다. 계약 체결 약 한 달 만이었다.
그러나 계약 과정에서 관리자들은 A사의 적격성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창업 1개월가량 된 신생 업체로, 무허가 폐기물 처리업체임에도 A사는 최종 협력업체로 선정됐다. 더구나 A사는 폐기물 처리 자격도 없었지만, CJ대한통운은 계약 해지 때까지 폐기물처리비 명목으로 A사에 4억여 원을 지급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지난해 1월 하청업체 A사에 관련 서류 등이 미비한 점을 확인하고 제출을 요구했지만 차일피일 미뤄 3월에 계약을 해지했다"며 "이때까지도 A사가 무자격 업체였고, 퇴직 직원이 자신의 부인을 내세워 차린 회사였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물류기업 CJ대한통운은 지주사인 CJ로부터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수거ㆍ폐기처리 업무를 맡았고 폐기업무는 협력사를 통해 진행했다. 음식폐기물 1,800여 톤이 논산의 한 가구공장으로 옮겨져 방치됐고, 이로 인해 주민들은 악취와 침출수, 파리떼로 고통을 겪었다.
CJ대한통운 측은 A사와의 계약 과정에 다른 직원이 관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협력업체와의 계약 등은) 윗선에서 결재하도록 돼 있는데 (B씨가) 시스템상의 허점을 노려 저지른 짓으로 보고 있다"며 “우선 음식쓰레기 처리 작업을 마친 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A사가 불법 방치한 음식폐기물을 15일부터 당진과 안산의 폐기물 소각장으로 옮기고 있다.
현지에선 논산시를 향한 시선도 곱지 않다. 시는 지난해 10월부터 마을에서 "악취가 난다"는 민원 접수 이후 지난 10월까지 1년 동안 A사에 대해 4차례 행정조치를 내리고, 경찰에 3차례 고발한 것이 전부다.
현장 조사에서 폐기물에 해찬들, 비비고 등 CJ 계열사의 상표를 확인할 수 있었고, 역추적으로 반출자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A사가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청업체를 찾는 일을 소홀히 했다. 결국 불법 투기 3년이 지나 민원이 거세지고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반출자가 CJ대한통운임을 확인, 지난 14일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마을 주민 A(62)씨는 "마을 공장에 쌓여 있던 음식쓰레기가 그 유명한 CJ 제품이었다니 정말 놀랍다"며 "공장 문이 닫혀 있어 상표를 보지도 못했는데, 대기업이 폐기물을 이런 식으로 처리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