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52시간제' 비판, 일본은 정말 두 시간씩 줄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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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52시간제' 비판, 일본은 정말 두 시간씩 줄였나

입력
2021.12.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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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씩 줄인 건 법정노동시간, 52시간제와 무관
한국, 법정노동시간 축소 일본보다 늦었고
연장근로시간 상한 축소도 점진적으로 진행

윤석열 대선 후보가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주 68시간에서 1년 만에 16시간을 줄였지만, 일본은 1년에 두 시간씩 줄였다. 경제계에 큰 충격인데, 이런 식의 탁상공론은 안 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2018년 시행된 일명 '주 52시간제'에 대한 비판으로, 윤 후보의 반(反)노동·친(親)사용자적 경향이 드러나는 주장 중 하나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근로시간의 최대 한도를 줄이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면서 '일본은 1년에 두 시간씩 줄였다'라는 근거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근거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일본 후생노동성 등의 자료를 확인한 결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서 두 시간씩 줄어든 것 '주 52시간제' 아닌 '주 40시간제'에 해당


한일 두 나라 법정노동시간 단축 시점


일본한국
주 48시간제1947년1953년
주 40시간제 법제화1988년2003년
주 40시간제 전면 시행1997년2012년


일본이 법정노동시간을 '두 시간씩 순차적으로 줄인' 사실은 있다. 일본 정부는 ①2차대전 전후 지정된 주당 48시간의 노동시간 규정을 이어 오다가 ②1988년에 비로소 주당 40시간으로 개정했지만, 이를 안착시키기 위해 부칙으로 ③1991년까지는 주 46시간, ④1994년까지는 주 44시간을 유지했다. 이마저도 ⑤중소기업이나 특정 업종의 경우 1997년에야 비로소 주 40시간제가 전면 시행됐다.

이 경우 우선 '1년마다 두 시간씩' 줄인 것이 아니므로 사실 관계도 틀렸지만, 비교 대상도 틀렸다. 우리나라의 법정노동시간은 현재 '주 52시간'이 아니라, 일본은 물론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와 같은 주 40시간이다. 윤석열 후보가 말한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변경했다는 것은 법정노동시간이 아니라 법정 외 근무시간의 상한이다. 일본이 두 시간씩 순차적으로 축소한 근로시간은 연장노동 시간을 포함하지 않은 순수 법정노동시간을 가리킨다.

법정노동시간 단축의 경우 일본이 한국에 비해 느렸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국은 1953년에 주 48시간제를 확립했고, 일본이 주 40시간제를 명문화한 후 1989년에 주 44시간제를 도입했다. 주 40시간제(주 5일제)가 법으로 명문화한 것은 2003년이다.

이후 정부는 주 40시간제를 순차적으로 적용했다. ①2004년 금융·공공부문과 1,000명 이상 사업체에 주 5일제를 시범 적용했고, ②2005년에는 학교를 대상으로 매월 넷째 주 토요일을 휴무로 '놀토'를 만들었다. ③2011년 둘째 주와 넷째 주를 휴무로 하는 격주 토요 휴무제가 도입됐고 ④2012년에 매주 토요일이 휴일로 적용되면서 비로소 명실공히 '주 5일 40시간 근무 체제'가 확립됐다.




연장근무 상한, 일본은 '월 45시간' 한국은 '주 12시간'


일본이 2019년 법률로 규정한 초과근무시간 상한을 설명하는 후생노동성 자료. 일본은 당초 월 100시간 수준의 추가근무 시간을 열어두고자 했으나, 과로 끝에 자살한 '덴쓰'의 신입사원이 산업재해 인정을 받으면서 노조 측의 압박을 받고 일부 축소했다. 후생노동성 홈페이지 캡처


법정노동시간은 이렇게 40시간으로 두 나라가 같지만 연장근로 규제에 있어서는 작은 차이를 보인다. 다만 기존에 법적 적용이 어려웠던 부분을 최근에 명문화해, 초과 노동시간에 대한 상한선을 전보다 명확하게 정하게 됐다는 점은 공통점이다.

일본은 기존에도 행정지도를 통해 초과근무시간의 상한선을 월 45시간, 연간 360시간으로 설정해 놓고 있었으나, 노동기준법 36조에 근거를 둔 '36협정'을 통해 노사가 노동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것이 실질적으로는 일본의 장시간 노동(잔업) 문화를 정당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5년 일본 최대 광고사 '덴쓰'의 신입사원이었던 다카하시 마쓰리가 월 105시간의 초과근무 끝에 자살한 사건은 특히 악명이 높았다.

이 때문에 아베 신조 정부가 일명 '일하는 방식 개혁'을 통해 대대적으로 노동법을 고치는 과정에서 시간 외 근로 상한선도 법제에 들어가게 됐다. 월 45시간, 연간 360시간의 기준을 그대로 사용했다. 단 예외적으로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에 한해 연중 6개월까지는 월 100시간 미만, 복수개월 평균 80시간 미만, 1년 720시간으로 상한선을 늘릴 수도 있게 했다. 이 규정을 어기면 사측에 처벌도 가할 수 있다. 다만 일부 직종은 2024년까지 적용이 유예된 상태다.

한국의 경우에도 1997년에 제정된 기존의 근로기준법에서도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를 1주일에 12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휴일근무를 연장근무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 결과, 주 40시간의 법정노동시간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간 최대 근로시간 한도는 52시간에서 68시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해석됐다.

즉 2018년에 '실노동시간 상한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고쳤다'는 것은 법조문 상으로는 사실 '휴일근무도 연장근무로 본다'는 명확한 규정을 내린 것이다. 이 법률 역시 적용 대상을 확대해 가면서 순차적으로 적용됐다. 2018년에는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대기업, 2020년에는 50인 이상, 2021년에는 5인 이상 사업장에 순차적으로 적용됐으며 각각 계도기간을 두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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