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ㆍ스카우트 거쳐 13년 만에 아마추어 지도자로
"프로에서 배운 것 학생들과 나누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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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규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야구부 신임 감독. 서한규 감독 제공
프로야구 요직에 '92학번 황금세대'가 대세다. 김종국-장정석 콤비가 KIA의 신임 감독과 단장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고, 한화엔 손혁 전력강화 코디네이터가 가세하면서 기존 정민철 단장, 최원호 2군 감독과 함께 92학번 트리오를 구축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비롯해 조성민 임선동 박재홍 염종석 송지만 등 한국야구를 호령했던 슈퍼스타들이 쏟아져 나온 학번이다.
이들만큼 엘리트는 아니었지만 최근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이하 문예대) 신임 감독으로 부임한 서한규 전 한화 스카우트도 92학번이다. 서 감독은 2021시즌 종료 후 문예대의 영입 제안을 받고 아마추어 야구에 발을 들여 놓았다. 서 감독은 16일 본보와 통화에서 "예전부터 학생 야구에 관심이 많았다. 프로에서 2군 코치 생활을 오래 하면서 아마추어 선수들의 기본기를 가르쳐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좋은 기회가 왔다"고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1998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서 감독은 2002년 현대로 이적해 2007년까지 뛰었다. 선수로 빛을 보진 못했지만 은퇴 직후 강릉영동대 코치를 시작으로 넥센(현 키움) 롯데 SK를 거치며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1ㆍ2군 주루ㆍ수비ㆍ작전코치 등 다양한 보직을 맡으며 선수들과 교감을 나눴다. 또 2009년(넥센)과 올해(한화)엔 스카우트로 일한 경험도 있어 선수 발굴 혜안도 뛰어나다. 아마추어 지도자로 최적화된 경력을 보유한 서 감독을 문예대가 점찍은 이유다. 서 감독은 "주로 2군 코치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1군 코치들은 못 느끼는 면들을 많이 봤다고 자부한다. 학생 선수들에게 필요한 인격적ㆍ인성적인 부분도 함양시키고 싶다"고 취임 일성을 전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선수들이 유튜브로 야구를 익히는 시대다. 권위적인 지도자는 옛날 얘기다. 동업자 정신을 가지고 선수들을 대할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서 감독은 화려했던 92학번들 사이에서 비주류였다. 그는 "워낙 좋은 동기들이 많았다. 함께 야구를 하면서도 '쟤가 유명한 걔야'라고 감탄하곤 했었다"면서 "하지만 그들이 못했던 많은 경험을 했다고 자부한다. 어린 선수들 육성을 위해 쏟아붓겠다”라고 다짐했다.
문예대는 사이버 대학으로 수시 모집 없이 정시로만 입학생을 받는 학교다. 2004년 창단한 야구부는 태생적 한계로 최약체 수준일 수밖에 없지만 선수들과 학부모, 교직원들의 의지로 똘똘 뭉쳐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짧은 역사와 취약한 저변에도 허정협(키움), 박준범(전 롯데) 등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하는 경사도 누렸다. 이동복 문예대 사회체육학과장은 "야구부를 17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한때 원격대학 19곳 중 운동부를 3종목까지 운영했던 학교는 우리가 최초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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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복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사회체육학과장. 문예대 제공
이 학과장은 "온라인 대학에서 운동부를 꾸준히 운영할 수 있을지 처음엔 반신반의 했지만 학교의 지속적인 관심과 열정적인 학부모들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사이버 대학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 스스로 시간을 조절하면서 수업을 들을 수 있어 대회 참가에 어려움을 겪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또 졸업 후 진로가 다양해 운동부가 아닌 학과생들의 취업률도 높은 편이다. 이 학과장은 "생활스포츠지도사, 전문스포츠지도사 등 여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학과에서 특강이나 교육과정을 개설한다"면서 "그밖에 운동부 심판으로 가는 경우도 있고 골프티칭프로, 트레이너, 의학센터ㆍ클리닉 요원, 스포츠강사, 매니지먼트 및 에이전시 등 다방면으로 나갈 수 있다"고 소개했다.
서한규 감독 선임을 주도한 이 학과장은 "야구부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선 감독과 코치의 역량도 크다고 판단했다"면서 "프로 출신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서 감독님의 지도력에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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