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 10년 준비로 대응 미룬 듯
북한이 미국의 ‘인권 공세’에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첫 독자제재에 이어 국제사회를 동원해 북한의 인권 침해를 정조준하고 있는 데도, 묵묵부답이다. 일단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10년을 맞아 축제 열기 고조 등 내치에 집중하느라 대외 정세를 돌볼 겨를이 없어 보인다. 미국을 향한 강력한 ‘한 방’은 연말 노동당 회의체를 통해 발신될 가능성이 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5일(현지시간)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비공개회의를 개최했다. 앞서 10일 북한의 ‘반(反)인권행위’를 이유로 미국이 신규 대북제재를 가동한 지 닷새 만에 또다시 같은 사안을 도마에 올린 것이다. 물론 미국이 요청했다. 미국은 회의 소집을 주도한 데서 머물지 않고, 안보리 7개국을 끌어들여 공동성명까지 발표했다. “북한 주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에 의해 자유를 체계적으로 거부당하고 있다.” 누가 봐도 ‘김정은 체제’를 겨냥한 내용이다.
이렇게 자극하는 데도 북한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 인권을 언급만 해도 “내정간섭”'이라며 쌍심지를 켰던 전례에 비춰보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북한은 인권 비판에 대한 반발을 행동으로 옮긴 적도 있다. 2014년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의 한국 유치가 확정되자 북한 통일전선부 산하 조국통일연구원이 ‘세월호 사건’ 등을 인권 문제와 결부시킨 ‘남조선인권백서’를 낸 게 대표적이다. 그만큼 체제 보위와 직결된 인권은 북한으로선 잠자코 넘기기 어려운 이슈다.
북한의 길어지는 침묵은 곧 다가올 김 위원장 집권 10년과 연계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달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0주기(17일)와 김 위원장의 최고사령관 추대 10주년(30일)이 모두 있다. 연중 최대 행사가 앞뒤로 몰려 있는 셈이다. 30일 시간표에 맞춰 김정은 띄우기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노동신문은 16일 논설에서 “김정은 동지는 위대한 장군님(김정일)의 사상과 업적을 굳건히 계승해 나가시는 충성의 최고 화신, 혁명적 도덕의리의 최고 귀감”이라고 주장했다. 대를 이은 충성을 강조하며 당분간 대내 결속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침묵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대미 비난을 위한 좋은 무대도 마련돼 있다. 이달 말 개최 예정인 당 중앙위 제8기 제4차 전원회의다. 전원회의 전까지 말을 아끼면서 주변국의 집중도를 높인 뒤, 메시지 파급력을 극대화하는 셈법이다. 관건은 수위다. 특히 인권 문제는 북한이 대화 재개 조건으로 내건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 철회와도 연결되는 만큼 강경 태도를 유지할 확률이 높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인권을 거론한 순간 북한의 반발은 예상된 수순”이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예고하는 등 핵 모라토리엄(유예)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식의 메시지를 내 북미관계 돌파를 시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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