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시청률 보증 수표는 없다. TV 시청률의 무용론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는 '본방사수'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과거 높은 시청률을 담보할 수 있는 조건으로는 톱배우, 스타 감독 작가 등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방송가의 사정은 달라졌다. 앞서 전지현 주연, 김은희 작가의 tvN '지리산'이 아쉬운 성적을 냈다. 이영애의 안방극장 복귀작 JTBC '구경이'도 기대 이하의 기록을 나타냈다. '지리산'의 경우 약 320억 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 투자에도 호평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하반기 방송된 MBC '검은 태양'은 150억 대작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웠지만 8%대에 머물면서 면만 세웠다. 전도연이 허진호 감독과 호흡을 맞춘 JTBC '인간실격'도 시청률 1~2%를 오갔다.
지상파 약세 노린 케이블·종편
지상파 드라마들이 들쑥날쑥한 시청률을 기록한 가운데 케이블과 종편이 강세를 보였다. 개국 15주년을 맞이한 tvN은 2006년에 비해 2021년 가구 평균 시청률 6.5배 이상 성장을 이뤘다. 특히 '슬기로운 의사생활2'는 역대 tvN 드라마 첫 방송 시청률을 기록했다. MBN '보쌈'은 9.759%로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2'는 14.8%의 수치로 TV조선 드라마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미디어 트렌드를 잡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일례로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시청률과 화제성 수치는 물론, 프로그램의 매출 부분에서도 콘텐츠 가치를 높게 평가받으며 확실한 성장세를 보였다. 매달 화제성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tvN의 대표 메가 IP로 자리매김했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스타들이 과거 시청률에 집중했던 현상에서 나아가 화제성을 인식하고 있다. 시청률 저하와 상관없이 OTT 내 시청 순위권 역시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글로벌 OTT에서 순위권을 차지할 경우 글로벌적 관심이 모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방송사 관계자는 "올해 좋은 성적을 거뒀던 '펜트하우스3' '신사와 아가씨' '미스트롯2' 모두 4050 세대들이 주로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다만 온라인 주 사용자이자 앞으로 시대를 이끌어갈 1030 세대들에겐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아쉬움도 있다"고 토로했다.
시청률 파이 축소…대안은?
결론적으로 시청률 파이가 전체적으로 축소했지만 좋은 콘텐츠만이 살아남는다는 약육강식의 법칙은 여전하다. 지난 3월 TV조선 '미스트롯2' 최종회 시청률은 35.2%를 기록했다. 또 KBS는 '신사와 아가씨'로 올해 드라마 중 유일하게 30%의 시청률을 유지하면서 대중성을 거머쥐었다.
이 밖에도 SBS '펜트하우스3'이 19.1%의 수치를 경신했다. tvN '갯마을 차차차'와 SBS '원 더 우먼'도 주말 황금 프라임 편성에도 불구하고 호성적을 냈다. 콘텐츠의 질적, 양적 발전을 기대하는 대중의 기준에 맞춘다면 시청률은 절로 따라오는 성과다.
완성도 높은 웰메이드 콘텐츠로 시청률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것도 방송사들에게 주어진 또 다른 숙제다.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은 연속으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하면서 '대세 드라마'로 떠올랐다. 첫 방송 당시 5.7%보다 시청률이 두 배 가까이 상승하면서 '잘 만든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는다는 게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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