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 이후로 영화관 사실상 '개점휴업'
위드 코로나로 회복되던 업계, 다시 움츠러들어
"평일에 직장인은 최소 오후 7시 이후에나 영화를 볼 수 있는데, 오후 10시에 영화관 문을 닫는다는 건 사실상 하루에 한 회차 장사밖에 못한다는 뜻 아닙니까. 연말 대목에 대작 개봉으로 이제야 조금 살아나고 있는데, 이대로면 사실상 영화관 문 닫으라는 소리밖에 더 되나요."
16일 정부가 2주간의 코로나19 거리두기 강화 방안을 발표하자 극장가는 폭탄을 맞은 듯 뒤숭숭해졌다. '10시 이후 영업 제한' 조치가 당장 이번 주말부터 적용되면서 대목으로 꼽히는 연말 관객 급감을 피할 수 없게 된 탓이다.
가장 큰 불만은 기준 없는 영업 종료 시간 설정과 이에 따른 막대한 피해다. 통상 영화 한 편 길이가 2시간 남짓인 것을 고려하면 영화관은 아무리 늦어도 오후 8시 전엔 마지막 상영을 해야 한다. 특히 최근 개봉해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마블스튜디오 신작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경우 러닝타임만 2시간 28분이라 오후 7시 이후면 사실상 영화관이 '개점휴업'하는 셈이다.
영화관 업체들은 즉각 이번 주말부터 저녁 시간대 영화 상영을 모두 취소하고 고객들에게 환불 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고객 항의 처리는 영화관 몫이다. 특히 좌석 잡기가 어려워 새벽 시간대 상영까지 매진되기 일쑤인 CJ CGV 아이맥스관의 경우 고객들의 불만이 유난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달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업계가 비로소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던 차에 다시 닥친 악재라는 점에서 업체들의 허탈감은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역에서 CGV와 롯데시네마 위탁관 11곳을 운영하고 있는 임헌정 지원 대표는 "비수기인 가을을 겨우 버티며 연말 성수기 하나만 보고 왔는데, 이번 조치로 타격이 심하다"며 "영화관 내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취식 금지로 한 마디도 못 하는데, 식당이나 술집과 같은 수준의 제재를 받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영화관 '빅3(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68.7%가량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한 해 동안 문을 닫은 영화관만 81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관 업계 관계자는 "영업시간 제한이 걸리면 기본적으로 관객이 20~30%는 감소하는데, 통상 연말 성수기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1.5배에서 2배까지 늘어난다는 것을 고려하면 반타작도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준을 오후 10시로 설정하는 것에 대한 근거나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영업 제한을 강제하는 것은 정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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