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계약직 연차 26일→11일로 축소 판결
정부, 판결 따라 2006년 기준으로 되돌아가
"너무 과도하게 줄어 계약직 휴식권 박탈"
방송국에서 2년 계약직 PD로 일하는 김모(27)씨는 올 연말 계약 종료를 앞두고 인사팀으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김씨는 1년 단위로 계약을 새로 했기 때문에 연말까지 근무를 하면 15일씩 총 30일의 연차가 추가로 발생한다.
회사는 올초 재계약을 하며 김씨에게 지난해 1년 근무에 따른 15일의 연차를 수당(130만 원)으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연말 퇴사 시점에 올해 근무에 따른 15일의 연차 수당까지 합산해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사팀은 김씨에게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부의 행정지침이 변경됐다"며 "30일분의 연차수당(260만 원)을 지급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김씨가 "최소한 작년 근무에 따른 연차수당은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인사팀은 "바뀐 지침이 적용되는 시점에 대해 좀 더 검토를 해보겠다"고 말을 흐렸다.
1년 계약직 연차 26→11일…10월 대법 판결 반영
3년 전 법 개정에 따라 15일에서 26일로 늘어났던 '1년 계약직'의 연차유급휴가가 다시 11일로 줄어들게 됐다. 계약직 근로자들의 휴식권이 크게 후퇴한 데다 바뀐 규정을 적용하는 시점이 모호해 연차수당의 반환이나 지급을 둘러싸고 줄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16일 "근로기준법 60조 1항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15일의 연차'에 대한 행정해석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1년 근무 후 곧바로 퇴직하는 경우(365일째 퇴사)에도 적용된다'고 봤는데 앞으로는 '1년 근무 후 다음날(366일째) 고용관계가 있어야 적용된다'고 해석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0월 대법원의 새 판례를 반영한 것이다. 정부로서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지침을 바꿀 수밖에 없다.
바뀐 해석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이들은 정확히 365일을 근무한 1년 계약직이다. 원래 근기법 60조 2항에 따라 매달 주어주는 연 11일의 연차와 함께 1년 근무에 대한 보상(1항)으로 15일의 연차를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 15일의 연차는 대개 연차수당으로 받았는데, 이 연차수당이 사라지는 것이다.
1년 미만 근로자도 연차가 1개씩 줄어든다. 7개월 근무 후 퇴직한 경우 7일의 연차가 발생했으나 앞으로는 6개로 감소한다. 근기법 60조의 적용시점을 '다음날'로 해석한 것을 반영한 결과다. 정규직도 정확히 1년 혹은 그보더 적게 일하고 퇴사할 경우 15일의 연차를 챙길 수 없다.
계약직 휴식권 크게 후퇴... '적용 시점' 두고 분쟁 이어질 듯
대법원의 새 판례는 2018년 개정된 근기법을 반영했다. 당시 1년 계약직 근로자는 근기법 60조 3항에 따라 총 15일의 연차가 보장됐는데, 2018년 5월 이 조항이 삭제되면서 26일의 연차가 인정됐다. 대법원은 "장기 근속한 근로자의 최대 연차휴가일수가 25일인데, 1년 근무자에게 26일을 부여하는 건 형평에 반한다"고 봤다.
이 때문에 1년 계약직의 연차가 축소되는 건 피할 수 없다 해도 기존 26일에서 11일로 줄어든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이전엔 그래도 15일까지 인정된 것과 비교해서도 그렇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여수진 노무사는 "결과적으로 단기간 계약직 노동자의 휴식권에 대한 해석이 크게 후퇴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뀐 규정을 적용하는 시점이 모호하다는 문제도 남는다. 고용부의 행정해석 변경은 부처가 근로감독 때 적용하는 지침 정도이지 강제력 있는 법률이 아니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법 조항의 해석이 달라진 경우라 대법원 판결 직후에야 적용되는 것으로 봐야 하는지 등을 두고서도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정확한 적용 시점을 두고 줄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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