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 SK실트론 논란 해명 위해 출석
사익편취 의혹 두고 공방
전원회의서 1명만 SK 손 들어줘도 무혐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참석해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 인수과정에서 불거진 ‘사업기회 유용’ 의혹에 대해 직접 소명했다.
대기업 총수의 계열사 지분 인수가 '사익편취'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하는 첫 사례인 만큼 최 회장이 정면 돌파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업 총수의 전원회의 출석은 40년 공정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최태원 회장, 기자 질의 대답 없이 전원회의 참석
최 회장은 15일 장동현 사장, 변호인단과 함께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심판정에서 열리는 전원회의에 출석했다. 이날 오전 9시 50분쯤 공정위에 들어선 그는 직접 소명하러 온 이유 등을 묻는 기자 질의에 답하지 않은 채 곧장 심판정으로 들어갔다. 전원회의는 처벌수위를 정하는 공정위 최고 의결 기구다.
SK 관계자는 "당시 상황과 내용을 가장 잘 아는 당사자이고, 지분 취득 과정을 위원들에게 충실히 설명하고자 출석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7년 1월 SK는 반도체 웨이퍼 생산 업체인 LG실트론 지분 51.0%를 주당 1만8,139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얻었다. 이후 같은 해 4월 경영권 프리미엄이 빠진 지분 19.6%를 주당 1만2,871원에 추가로 확보했다. 나머지 29.4%는 같은 가격으로 최 회장이 샀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그해 11월 “사업기회를 유용한 최 회장의 일부 지분 인수가 사익편취에 해당한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회사 입장에서 볼 때 미래가치가 높은 LG실트론의 잔여지분을 싼값에 100% 인수하는 게 분명 이득임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에게 약 30%의 지분 인수 기회를 줬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이듬해부터 최 회장의 사익편취 의혹에 대해 조사해왔다.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은 특수관계인이나, 특수관계인이 일정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
사업기회 유용 놓고 날 선 공방 벌여
이날 회의에선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 인수가 SK의 사업기회를 빼앗은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쟁점은 사업 기회 유용 여부다. 공정위는 저렴한 가격에 최 회장이 잔여 지분을 인수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당시 반도체 호황,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할 때 상당한 미래이익이 될 수 있는 회사의 사업기회를 최 회장에게 넘겼다는 것이다.
반면 SK 측은 정관변경 등 중대 사항을 의결할 수 있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이미 확보한 만큼 SK가 추가 지분을 취득할 필요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이 사재로 투자한 덕에 SK가 추가 비용·리스크 없이 다른 유망 분야에 투자를 할 수 있게 된 점도 반론 근거로 들고 있다. 특히 총수의 계열사 소수 지분 취득이 사업기회 유용으로 처벌된다면 책임경영이나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대주주 지분 취득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진다는 게 SK 주장이다.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인수하면서 이사회의 공식 논의를 거치지 않은 점도 공정위가 지적하는 부분이다. 법상 이사가 회사의 사업 기회를 이용할 땐 이사회 3분의 2 이상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SK는 이사회 소위원회인 거버넌스위원회에서 인수 의견을 검토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반박해왔다.
SK 관련 연구용역 수임 등 제척·기피사유로 4명이 빠지면서 이날 전원회의에선 5명의 위원이 심의 이후 위법 여부, 조치 내용을 논의했다. 합의 결과는 일주일 뒤 발표될 예정인데, 최소 의결 정족수가 5명인 만큼 한 명이라도 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최 회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된다.
무혐의로 결론 날 경우 공정위가 무리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앞서 지난해 공정위는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S&C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전원회의에서 내려진 과징금·시정명령에 대해 SK가 불복하면 이후 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된다. 공정위가 검찰 고발 조치를 제재에 포함할 경우 검찰은 공정위 조사를 바탕으로 SK와 최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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