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3년 선고된 1심 판단 뒤집히며 석방
尹 "법이 본래 기능 벗어나면 무서운 도구"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펀드 재판매를 은행장에 부탁하고 거액을 챙긴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라임 측 부탁을 전달한 것은 정당한 변호사 활동이라는 게 항소심 판결 취지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 이승련 엄상필 심담)는 1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고검장에게 징역 3년에 추징금 2억2,000만 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윤 전 고검장은 2019년 7월 이종필 라임 전 부사장과 라임에서 투자를 받은 김영홍 메트로폴리탄그룹 회장으로부터 '우리은행장에게 라임 펀드를 재판매해줄 것을 요청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고 2억2,000만 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
재판부는 윤 전 고검장이 알선 명목으로 돈을 수수했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했다. 다만 윤 전 고검장의 알선 행위가 변호사로서 수행할 수 있는 법률사무라고 인정하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이날 윤 전 고검장이 펀드 재판매와 관련해 부탁받은 2019년 7월 우리은행의 재판매 약속 여부를 둘러싼 라임 측과 우리은행의 갈등 상황을 짚었다. 라임 측은 우리은행이 재판매를 구두 약속한 만큼 이행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우리은행 실무진은 그런 적이 없다고 대립하던 때에 윤 전 고검장이 라임 쪽을 대리해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만나 라임 측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는 분쟁 해결을 위해 약속 이행을 촉구하거나 상대방과 협상하는 것으로 변호사의 대리·청탁·알선 등 법률사무에 해당한다"며 윤 전 고검장의 2억여 원 수수 행위가 변호사 직무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윤 전 고검장에게 적용한 알선수재 혐의는 금품수수가 변호사 지위 및 직무와 무관해야 성립되는데,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또 윤 전 고검장과 손태승 행장이 친분이 있지만 4, 5년 전 동문회에서 만나 교류한 사이로, 윤 전 고검장이 손 행장의 판단을 끌어낼 만한 지위나 관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우리은행이 라임 펀드의 높은 리스크로 재판매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상황에서, 윤 전 고검장이 의사 결정 정점에 있는 은행장에게 요청해 정상적 의사결정을 왜곡함으로써 다수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게 할 가능성을 초래했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윤 전 고검장은 석방 직후 "처참하고 참혹하다"며 "법이란 게 본래 기능을 벗어나면 정말 무서운 도구가 된다는 것을 깊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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