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된 선원들, 52년 만에 무죄
"하늘에 계신 아버지 좋아할 듯"
1969년 동료 선원의 북한 찬양 행위를 인지하고도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았다며 '불고지죄'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어부들이 52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1단독(부장 노유경)는 15일 고인이 된 임모(1936년생)씨와 양모(1916년생)씨의 반공법(현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 재심 사건에서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임씨 등은 1966년과 1968년, 동료 선원이 북한을 찬양하는 것을 듣고도 이를 즉시 수사기관에 고지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 형을 받았다. 이들은 수사 과정에서 담당 수사관들로부터 불법 감금과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명을 벗지 못한 채 임씨는 지난해 9월 8일, 양씨는 1973년 12월 22일 세상을 떠났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으나, 유족들이 '아버지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재심을 신청했고, 전주지법 군산지원이 지난 9월 30일 재심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체포될 당시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구속영장 집행이 이뤄졌다거나 긴급 구속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어떤 자료도 찾을 수 없었다"며 "피고인들 진술 등을 종합하면 수사 과정에서 고문과 가혹행위가 이뤄진 정황도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임씨의 장녀인 영신씨는 "재판부에서 무죄라고 판단한 순간 아버지 생각이 떠올라 울컥했다"면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많이 좋아할 것 같다"고 기뻐했다. 양씨의 아들 은석씨도 "아버지 명예가 조금이나마 회복돼 기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국민에게 해서는 안 될 일을 범했다"며 "재심 결과로 고인이 된 피고인들의 명예가 조금이나마 회복되길 바라고, 많이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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