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국산 나노위성 도요샛 4기 발사
태양폭풍 등 지구에 미치는 영향 분석 임무
세계 최초 '편대비행 나노위성' 자부심
도요새는 해마다 우리나라 서해 갯벌에 찾아오는 철새다. 평균 몸 길이가 39㎝로 크지 않지만 마음만 먹으면 알래스카부터 뉴질랜드까지 1만2,000㎞를 열흘쯤 쉬지 않고 날아갈 수 있을 정도로 비행 능력이 대단하다. 100g 남짓한 작은 종이라도 평생 지구에서 달 거리의 1.5배를 부지런히 날아다닌다. 내년 상반기 우주 공간에 띄워질 우리나라 나노위성 프로젝트 이름이 '도요샛(SNIPE)'으로 정해진 이유다.
한국천문연구원은 15일 우주 날씨 관측 임무를 수행할 나노위성 도요샛의 실제 비행모델을 공개했다. 2017년 개발을 시작해 약 4년 만에 완성한 도요샛은 10㎏ 정도의 초소형(나노급) 위성 4기로 구성됐다. 태양과 일정한 각도를 유지한 채 고도 500㎞ 상공에서 비행하며 우주 날씨 변화를 관측하는 임무를 띠고 내년 상반기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발사장에서 러시아 소유즈-2 로켓에 탑재될 예정이다.
도요샛이 관측하는 우주 날씨란 태양 활동이 우주 공간에서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의미한다. 태양 내에선 끊임없이 폭발이 일어나고 에너지가 분출되는데, 대부분은 지구 자기장이 막아주지만 일부는 오로라처럼 지구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문제는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태양폭풍'이 밀어닥쳤을 때다. 지구 주위 5만 개에 달하는 인공위성 등에 영향을 주면서 당장 불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2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작전 중 태양폭풍 영향으로 전리층에 '플라즈마 버블'이라는 현상이 생겼고, 이것이 위성통신에 영향을 미치면서 큰 피해가 생긴 적도 있다. 이재진 천문연 우주과학본부장은 "도요샛이 날면서 이런 플라즈마 버블의 생성과 변화 등을 관측할 수 있다"며 "최근 자율주행 등 위성항법시스템(GPS)을 이용하는 기술이 늘면서 우주 날씨에 관심이 부쩍 커졌다"고 설명했다.
도요샛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 최초의 '편대비행 나노위성'이라는 점이다. 크기가 큰 단일 위성을 활용할 때보다 작은 규모의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하는 데 용이하다. 4기의 도요샛은 종대비행과 횡대비행을 반복하고 서로의 거리를 늘리거나 좁히면서 다양한 우주날씨를 분석하게 된다. 이 본부장은 "종대비행으로는 시간적 변화, 횡대비행으로는 넓은 지역 관측이 가능하다"면서 "도요샛은 과학 임무에 최적화된 탑재체로, 비용은 절감하면서 활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위성"이라고 말했다.
천문연은 도요샛을 '콜럼버스의 달걀'에 비유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열어 민간의 우주 접근 기회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도요샛이 나노위성 활용법의 새 장을 열었다는 의미다. 이 본부장은 "도요샛은 과학연구 목적이 강해도 도요샛에 적용한 편대비행 방식은 향후 사물인터넷(IoT)이나 우주 인터넷 등의 분야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도요샛의 설계 수명은 1년이지만 6개월만 활동해도 목표로 설정한 모든 과학 임무 완수가 가능하다. 천문연은 나노위성 여러 대의 동시 관측 데이터가 흔치 않은 만큼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과 데이터 활용에 대해 논의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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