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매립시기 연장 추진했다가 철회
소각장 신설 반대 지자체 패널티 카드 꺼냈다가 역풍
박남춘 시장 "조직 존립이 환경 정의보다 우선이냐"

지난달 16일 오후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 모습. 연합뉴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수도권 생활폐기물을 그대로 땅에 묻는 '직매립' 금지 시기를 4년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철회하기로 했다. 매립지공사는 앞서 소각장 등 폐기물 처리시설 신·증설에 반대하는 지방자치단체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가 수도권 3개 시도 반대로 결정을 철회했다. 매립지공사의 독단적 행보가 조직 존립을 위한 무리수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매립지공사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매립지공사는 수도권의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선별이나 소각 없이 매립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시기를 비수도권과 같이 2030년으로 조정하는 안건을 운영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었다. 매립지 4자 협의체(환경부·서울·인천·경기)에 건의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환경부와 수도권 3개 시도는 2026년부터, 수도권 이외 지역은 2030년부터 생활폐기물을 선별해 재활용하거나 소각해 소각재만 묻도록 규정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확정, 7월 공포했다. 그런데 환경부 산하 기관이 규칙을 공포한 지 5개월 만에 재개정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매립지공사는 지난달 11~24일 수도권 64개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41.8%(응답한 55곳 중 23곳)가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답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자 인천시는 "의도가 있는 설문조사를 토대로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수도권매립지 2025년 사용 종료를 추진해 온 인천시는 매립지공사가 조직 존립을 위해 직매립 금지 시기를 늦추려 한다고 주장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매립지공사가 환경부와 수도권 3개 시도에 반하면서까지 수도권매립지를 더 사용하려는 의도가 공사 존립 연장에 있다는 점을 안다"며 "조직 존립이 환경정의보다, 300만 인천시민의 고통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매립지공사는 지난달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위해 필요한 소각장 신설에 반대하는 지자체에 '쓰레기 반입 금지'라는 페널티를 주겠다고 발표했다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3개 시도 반대에 부딪혀 철회했다. 소각장 신·증설을 촉진하기 위해 반입 정지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고 매립지공사는 주장했으나 '폐기물 처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라는 조직 설립 목적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환경부가 2026년 생활폐기물 직매립에 이어 2025년 건설폐기물 수도권매립지 반입을 금지하기로 하면서 폐기물 반입 수수료의 95%가 사라지게 된 매립지공사가 조직 존립을 위해 계속해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면서 "4자 협의체는 2026년 종료할 예정이었던 매립지 사용 기간을 연장하면서 매립지공사를 환경부 산하에서 인천시 산하 공기업으로 전환하기로 약속했는데, 2025년에 사용 종료가 이뤄지면 소속 전환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인천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매립지공사 관계자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소각장 신설 등은 진척이 전혀 없는 상태"라며 "직매립 금지 시기를 늦추는 게 어렵다면 소각장 신설 등을 촉진하기 위한 반입 정지 근거 규정이라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남춘 인천시장 페이스북 캡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