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反정부 시위 이끈 야권 인사 티하놉스키
벨라루스 법원 "대중 불안과 사회 증오 선동 혐의"
대신 대선 출마한 아내 티하놉스카야 "잔혹한 보복"

벨라루스 야권 인사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왼쪽)가 14일 고멜의 한 유치장에 수갑을 찬 채 등을 돌리고 있다. 고멜=AFP 연합뉴스
지난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 맞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이틀 만에 체포된 야권 인사에게 징역 18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이는 그동안 야권 인사에게 부여한 형량 중 최고 수준이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벨라루스 법원은 이날 비공개 재판을 진행해 야권 인사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에게 대중의 불안과 사회적 증오를 선동한 혐의로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인기 유튜버인 티하놉스키는 지난해 5월 루카셴코 대통령에 맞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그는 루카셴코 대통령을 바퀴벌레라고 부르면서 “바퀴벌레를 잡자”고 외치며 대형 슬리퍼를 자동차 위에 얹고 거리 행진을 하며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시위 직후 벨라루스 경찰은 외국 정부와 내통했다며 티하놉스키를 체포했다.
티하놉스키가 투옥되면서 아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가 8월 대선에 야권 후보로 출마했다. 하지만 대선에서 1994년부터 벨라루스를 통치해 온 루카셴코 대통령이 80%의 득표로 승리하면서 야권 측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했다.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3만5,000여 명이 체포됐으며, 티하놉스카야 후보도 자녀들과 리투아니아로 도피했다.
당시 시위를 주도했던 주요 야권 인사들도 줄줄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함께 시위에 나섰던 다른 야권 인사 5명에게도 징역 14~16년이 선고됐다. 지난 9월에는 ‘벨라루스의 잔다르크’로 불리는 야권 인사 마리아 콜레스니코바가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

벨라루스 야권 인사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사진)의 아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가 지난 6월 9일 체코 프라하 의회에 출석해 티하놉스키 사진을 들고 있다. 프라하=EPA 연합뉴스
이날 판결이 나오자 티하놉스키의 아내 티하놉스카야는 트위터를 통해 “독재자의 잔혹한 보복”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굴복하지 않고 독재에 맞서는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비난도 쏟아졌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벨라루스 국민 모두가 이 가혹한 탄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대변인도 이번 판결에 대해 “벨라루스 정권의 체계적이고 악랄한 탄압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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