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 인기의 일등공신 삼장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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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 인기의 일등공신 삼장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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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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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현
자현스님ㆍ중앙승가대 교수

실크로드에 건립되어 있는 삼장법사상. ⓒ여실화(서애자)

동아시아 불교에서 가장 유명한 경전은 단연 '반야심경'이 아닐까? 굳이 불교인이 아니더라도 소림사를 아는 것처럼, '반야심경' 역시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널리 알려진 근원은 과연 무엇일까?

동아시아 불교는 서쪽의 티베트와 중국 그리고 동쪽의 한국과 일본. 이외에 남쪽으로 대만과 베트남을 아우르는 대승불교권을 가리킨다. 이를 260자의 '반야심경'이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언뜻 '같은 대승불교이고, 인접 지역으로 전파되었으니 그럴 수도 있지 않냐'고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교는 교황이 중심이 되는 천주교와 달리, 태생적으로 지방분권적인 속성을 가진다. 해서 나라마다 불상의 생김이 다르고, 중심으로 삼는 경전 역시 다양하다. 그런데 '반야심경'만은 일방통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유기에 등장하는 화염산의 손오공과 삼장법사 일행. ⓒ여실화(서애자)

여기에는 살아서 신격화된 고승인 삼장법사 현장이 존재한다. 우리에게 현장은 위대한 승려라기보다는 손오공의 활약을 막는 우유부단한 내부 빌런 정도일 뿐이다. 그러나 이는 승려가 주인공이면 재미가 없으니, 주인공을 교체한 '서유기'의 작가 오승은의 과감한 선택 때문이다. 그래도 '서유기'를 통해 현장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승려가 되었으니, 나름 유효한 어그로가 아니었는가 한다.

현장은 20대에 중국에는 스승이 없어 인도로의 유학길에 오른다. 이후 629∼645년에 걸친 16년 동안 장장 5만 리(약 2만㎞)의 여정을 통해, 110개국을 답사하는 기염을 토한다. 이 중 당시 1만 명의 승려가 거주하던 세계 최고의 대학인 나란다에서 특급 예우를 받은 일과, 전 인도의 종교와 철학자를 대상으로 한 하르샤왕의 무차대회에서 1등을 한 내용은 유명하다.

그러나 당시 당에서 인도로 가기 위해서는 서역이라는 죽음의 사막길을 건너야만 했다. 실크로드라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이 이율배반의 무역로는 수세기에 걸쳐 많은 이의 외로운 무덤이 되곤 했다.

삼장법사 현장의 일대기가 기록되어 있는 자은전. 중국 서안 자은사. ⓒ여실화(서애자)

이때 ''반야심경'이 위력을 발휘했다'고 '자은전' 권10은 기록하고 있다. '막하연적'은 길이가 무려 800리나 되는 거대한 모래사막이다. 현장은 '나는 새 한 마리도 없고, 짐승의 흔적 및 물과 초목의 자취도 전혀 없다'고 적고 있다. 또 사방을 둘러보아도 '내 그림자뿐'이라는 망망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극한의 결핍과 고립에 따른 공포상황에서, 현장은 바람에 모래가 떨리는 비명과 같은 악귀 소리와 기이한 환영들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관세음보살'을 간절히 염하며 기도했는데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에 '반야심경'을 외우니, 마음이 가라앉으며 모든 환상이 잦아들었다. 즉 현장에게 있어 '반야심경'은 가장 든든한 보호막이자 버팀목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현장은 '반야심경'의 마니아가 된다.

중국 시안 자은사의 현장 기념관. 삼장법사 현장상과 앞쪽의 탑에는 사리가 모셔져 있다. ⓒ여실화(서애자)

현장은 645년 수도인 장안으로 귀국할 때, 붓다의 사리 150과와 경전 657부 등을 가지고 온다. 이후 19년 동안 74부 1,338권을 번역하는 위대한 업적을 성취한다. 특히 도교를 누르고 불교가 당나라의 국교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도 현장이었다.

신라의 원효와 의상 등이 현장의 제자가 되기 위해 당나라의 유학길에 올랐다는 것은 현장의 활약이 당시 동아시아를 진동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이러한 현장의 영향으로 인해 '반야심경' 역시 크게 유행하게 되는 것이다.

'서유기'에는 손오공 머리의 고아를 조종하는 주문으로 '긴고주'가 등장한다. 만일 이보다도 '반야심경'의 '아제아제 바라아제'가 나왔다면 더 흥미로웠지 않았을까?!

자현 스님ㆍ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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