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수교 이후 16개월 만에 정상 간 만남
외신 "이란 핵 위협에 군사 협력 논의한 듯" 관측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와 아랍에미리트(UAE)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가 13일(현지시간)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스라엘 지도자가 아랍연맹 국가를 방문한 건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처음이다. 오랜 앙숙이었던 두 나라의 최근 밀착 움직임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 재개로 중동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과도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식 발표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이란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군사적 협력 방안도 회담에서 다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양국 간 정상회담은 당초 계획된 2시간을 훌쩍 넘겨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란 국영통신 WAM은 “무함마드 왕세제가 베네트 총리 방문으로 중동 지역 안정과 양국 협력 관계가 증진될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베네트 총리도 이스라엘 귀국길에 올린 영상에서 “이번 만남은 중동에 평화를 가져오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흡족해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역사적 회담”이라고 표현하면서 “무함마드 왕세제가 이스라엘 답방 요청을 수락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두 정상은 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무역, 경제, 기후, 식량 안보 문제를 주로 논의했으며 공동연구개발기금 및 공동기업위원회 설립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란 문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NYT는 “회담에 참석했던 이스라엘 관계자도 중동 정세가 의제로 올랐는지에 관해선 언급을 꺼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주요 외신들은 두 나라가 ‘반(反)이란’의 기치 아래 손을 맞잡은 만큼, 이란 문제가 분명히 테이블에 올랐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은 JCPOA 복원을 결사 반대하며 역내 동맹 강화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핵개발 중단 대가로 대(對)이란 경제 제재가 풀리면, 오히려 이란이 다시 자국에 유입될 자금으로 은밀히 핵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UAE도 이란 핵개발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 수니파 이슬람 국가인 UAE와 시아파 맹주 이란은 태생적 적대 관계이기도 하다. 이스라엘과 UAE는 ‘공통의 적’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중재로 외교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른바 ‘아브라함 협정’이었다.
수교 16개월 만에 마주앉은 양국 정상은 JCPOA 복원 협상과 관련, 공동 대응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으로 군사 협력 방안이 주요하게 논의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미르 하예크 주UAE 이스라엘 대사도 “이스라엘은 새 친구와 국방 분야 등 광범위한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이스라엘 일간 하욤은 소식통을 인용해 “베네트 총리가 무함마드 왕세제에게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와 무인기(드론)에 대한 정보를 설명할 예정”이라고 전했고, 로이터통신 또한 “이스라엘이 지난달 걸프만 아랍 국가들한테 이란에 대항하는 공동 방어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고 짚었다.
이란이 이번 회담과 관련해 매우 불쾌해하는 반응을 보였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UAE의 만남은 지역 안보를 위협하고 이슬람 국가 및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며 “수십년간 아랍·이슬람 국가들 사이에 불안과 긴장, 전쟁을 선동한 불법 정권(이스라엘)의 총리를 UAE가 환대한 것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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