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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은 했지만 불법은 아니라는 회장님 아들

입력
2021.12.14 19:00
수정
2021.12.15 09:5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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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랑
박미랑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편집자주

범죄는 왜 발생하는가.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범죄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곁에 존재하는 범죄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유명 골프장 리조트와 언론사를 운영하는 기업 회장의 30대 아들이 여러 여성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불법 촬영한 영상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는 거실이나 침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촬영했다.

언론사 기자가 그를 만나 취재하는 장면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담겼다. 기자는 그에게 불법촬영이 사실인지 물어봤다. 범죄자는 동의 없이 불법 촬영한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리고 당당했다. 그러나 그는 기자가 구체적인 영상 내용을 하나씩 언급하자 말이 바뀐다. 나쁜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소장용으로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비록 당사자 모르게 찍기는 하였지만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영상을 유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몰래 찍은 것을 보내고 그러면 안 되죠... 얼굴 인권 보호해야 하니까…"

그의 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촬영은 했지만 불법촬영은 아니고, 나쁜 목적이 아니라 소장용이기에 범죄가 아니며, 자신은 유포 행위 같은 것은 하지 않는 여성의 인권 정도는 보호할 줄 아는 상식적인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의 당당한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는 어떻게 저렇게 잘못해놓고 당당할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그의 당당함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진짜 자신이 범죄를 저지른 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불법"과 "나쁜" "범죄"에 대한 개념정의에 심각한 잘못이 있었다. 누군가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사람이 개념이나 상식이 없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준법정신이 없다"고 말을 한다. 그리고 사실 많은 성범죄자들이 억울해하면서 비슷한 태도를 보인다. 대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냐고 말이다. 그리고 공연음란이나 불법 촬영 행위를 한 성범죄자들이 이렇게 무식·당당한 경우는 더욱 많다. 강간과 강제추행과 같이 피해자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남의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반성도 없고 재범이 쉽게 가능하다.

법은 늘 느리다는 비판을 받는다. 사회의 변화와 인식의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문화 지체 증상이 법에게는 늘 존재하고 이는 법이 갖는 태생적 한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느린 법보다도 지체되는 자들이 성범죄자들이다. 물론 그들이 앞서는 것도 있다. 디지털 성범죄관련 기술이 앞서고, 자신의 욕구는 늘 타인보다 앞선다. 이런 성범죄자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지체자들에 대한 교육과 경고가 무한 반복되어야 한다.

오늘은 오죽하면 "불법촬영" "나쁜 의도"가 없었다는 무식·당당한 자들에게 불법촬영과 관련해 1:1로 교육하고 싶은 심정이다. 성범죄 관련 법 중 불법촬영 행위는 개정을 통해 범죄로 규정되는 행위가 상당히 확대되었다. 카메라나 유사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면 범죄이다. 여기서 네몸 내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의 몸이든 찍지 말아야 한다.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혹은 전시·상영하여도 안 된다. 촬영하는 당시 동의했다 하더라도 타인이 보는 것을 동의하지 않았으면 이것은 범죄이다. 그리고 주변의 누군가가 보내 온 촬영물은 복제물도, 그리고 그 복제물의 복제물도 범죄가 되니 찍지도 보내지도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이 본인의 욕구 충족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교육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일상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경고 메시지 전달이 더 중요하고 필요하다. 우리가 그들에게 보내야 할 경고는 "당신은 꼭 붙잡힌다"는 메시지이다. 이 메시지의 전달은 일상을 함께하는 우리의 역할이다. 그리고 이 메시지 전달이 가장 강력한 범죄 억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 믿는다.

나는 무식·당당한 불법촬영자의 입에서 나오는 "피해자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 신고를 안 한대요"라는 말을 다시는 듣고 싶지 않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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