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대 QR코드 인증 앱 먹통에
업주는 난감, 손님은 불만 '혼란 지속'
질병청 "KT 센터에 과부하 걸린 듯"
지자체 "업주 불만 높아 단속 어려워"
"할머니, 우선 스마트폰 카카오톡 켜고 QR체크인 누르시면…"
13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역 인근 한 카페에서 종업원 이모(24)씨가 할머니 2명을 상대로 QR코드를 통한 방역패스 인증 방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한 할머니가 "수기로 작성하면 안 되냐"며 채근했지만, 이씨는 "방역패스 인증을 안 하면 벌금 내야 한다"며 인증을 요구했다. 할머니들은 5분 동안 휴대폰과 씨름한 끝에 겨우 커피를 주문할 수 있었다. 이씨는 "오전엔 사람이 많지 않아 손님들에게 자세히 설명할 수 있지만 오후엔 그럴 여력이 안 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점심 시간대 일부 QR코드 인증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식당과 카페 일대가 혼란에 휩싸였다. 강남역 인근 유명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에는 작동하지 않는 인증 앱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민들로 대기줄이 길게 생겼다. 계속되는 시스템 먹통에 당황한 직원들은 "접종 확인 문자를 보여주면 된다"며 안내했지만, 손님들은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돌렸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감자탕 가게도 상황은 비슷했다. 시스템 먹통으로 손님들이 10분 넘게 기다리는 상황이 이어지자, 직원들은 안심콜만 하고 식사를 마칠 때쯤 다시 방역패스를 확인하기로 했다. 손님 김모(53)씨는 "다른 대안도 없이 급하게 시행하려니 이런 사달이 나는 것 아니겠냐"며 얼굴을 붉혔다. 직원 강모(48)씨는 "QR인증이나 안심콜만 하던 때는 혼자서도 충분히 감당했는데, 방역패스까지 확인하려니 여유가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13일 강화된 방역패스 시행 첫날, 식당과 카페 등은 대혼란에 빠졌다. 특히 사람들이 몰리는 점심시간에 QR인증 시스템이 먹통에 빠지면서 직원들은 어쩔 줄 몰라하며 진땀을 뺐고, 손님들도 불만을 터트렸다.
질병관리청은 QR인증 시스템 먹통 사태와 관련해 "쿠브(COOV·전자예방접종증명서) 서버가 있는 KT DS 클라우드센터에서 과부하가 생긴 것 같다"며 사과했다. 질병청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해 향후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전했지만, 먹통 문제는 이날 저녁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다. 항의가 빗발치자 질병청은 이날 오후 8시쯤 "오늘은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불편이 커지자 업주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아예 장사를 접겠다는 업주까지 나타났다. 경기 화성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윤모(49)씨는 "13일부터 장사하지 않겠다고 손님들에게 공지했다"며 "장사를 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내놓은 정책들은 탁상행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권모(33)씨도 방역패스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권씨는 "왜 업주들에게만 부담을 지우느냐"며 "구청에서 단속한다고 해도 방역패스 확인은 안 할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스마트폰을 통한 방역패스 인증이 어려운 이들은 일찌감치 동주민센터에서 접종완료 스티커를 발급받는 것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날 오전 영등포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박찬식(57)씨는 "식당에서 밥을 먹더라도 필요할 것 같아 스티커를 받으러 왔다"며 "지갑은 항상 들고 다니니까 마음 편히 해결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하루에 어르신들 위주로 20~30명 정도가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며 "만남이 많아지는 연말에는 방문하는 주민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방역패스를 비롯해 각종 지도 점검을 강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치솟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에 난감한 눈치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계도기간에 업주들에게 방역패스 인증을 안내하자 물건을 집어던지고 항의하는 업주도 있었다"며 "영세업체들도 적지 않아 방역패스를 일일이 확인하고 단속하는 게 버겁다"고 털어놨다.
조지현 전국자영업자비대위 공동대표는 "첫날부터 방역패스 관련해 우려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자영업자들이 고정 인력을 쓰기 힘들기 때문에 전체적인 운영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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