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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진정 종전선언을 공감할까

입력
2021.12.14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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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 임진각 철조망에 걸린 한반도기. 연합뉴스

경기도 파주 임진각 철조망에 걸린 한반도기. 연합뉴스

근래 들어 문재인 정부 및 정책자문 인사들이 대거 워싱턴을 방문하여 공개·비공개 세미나뿐만 아니라 개별 인사 면담을 통해 종전선언에 대한 워싱턴의 지지를 얻으려는 노력을 경주했다. 외교부는 종전선언 관련 협의에 대해 미국이 "만족한다"(11월 18일)고 하여 문재인 정부의 관련 노력이 워싱턴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종전선언 관련 외교 실무와 정책공공외교에 두루 관여해온 외교부 차관 역시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11월 15일)이라고 했다.

종전선언 노력이 성공하려면 미국 조야 인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관건이다. 이는 공공외교 영역이다. 공공외교란 '외국 국민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 전통, 문화, 예술, 가치, 정책, 비전 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신뢰를 확보'하는 활동이다 (외교부 웹사이트). 특히 정책에 대한 부분은 '정책공공외교'라고 따로 부르기도 하며, 워싱턴 싱크탱크와 가지는 각종 세미나와 포럼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과연 문재인 정부가 국내 언론에 소개한 것처럼 종전선언 관련해서 워싱턴의 공감대를 얻었는지는 토론의 여지가 있다. "동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상대해 준다고 보면 될 듯하다. 우리는 사실 차기 한국 정부를 준비하고 있다." 한 워싱턴 인사의 속내 발언이다.

다른 워싱턴 조야 인사들이 전해오는 반응을 보면 종전선언 관련 미국 내부 기류는 상당히 소극적이다. "동맹국의 지도자 차원에서 추진하는 이니셔티브를 우리가 반대한다고 하면 중국이 좋아하지 않겠는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외교적 립서비스를 해주면서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들린다.

미국이 표면적으로는 종전선언을 지지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냉소적 기류마저도 감지되는 것에는 한국의 정교하지 못한 공공외교의 부작용 효과도 있는 듯하다. 일례로 한 비공개 논의에서 미국측이 "왜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한테 북한 방문을 요청했느냐"고 물었더니 한국측 인사가 "그걸 김정은이 원하기 때문"(That's what Kim Jong-un wants)이라고 대답했단다. "기가 찼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여기서 설득당할 사람 없다"고 그 인사는 안타까워했다.

더욱 유감인 것은 이 특정 표현이 워싱턴에 널리 퍼졌다는 전언이다. 특히 관련 표현은 일부 워싱턴 보수인사들이 한국의 진보정부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 즉, 한국이 마치 '김정은의 하수인'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한국 고위인사의 입을 통해 오히려 직접 확인시켜준 계기가 되었단다.

특히 미국의 정책 협력을 구하려 온 한국 방문단이 공개포럼에서 행한 '친중 발언'들은 요즘 중국과 대척점에 있는 워싱턴 정가에 그 씁쓸한 여운을 남긴 듯하다. 한국에도 크게 보도될 정도로 논란이 된 한 포럼에 직접 참석했던 전직 미국 정부 인사는 포럼을 마친 후 한국 지인에게 문자를 보내 '현 한국 정부 임기가 얼마나 남았냐'고 물었고, 차기 대선까지 100일 정도 남았다는 대답을 듣고는 '엄지척' 이모티콘을 다시 보냈단다. 한국의 대 워싱턴 공공외교 활동의 내용과 효과가 어떠했는지 옴부즈맨 제도를 통해 리뷰를 진행해 보는 것도 유용할 것이다.

워싱턴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을 '상징적'이라고 하면서도 임기 말의 모든 외교적 노력을 이 사안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 관련 한국 대선에 영향을 주려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이성현 하버드대 페어뱅크센터 방문학자·前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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