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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7월 칠석에 신제품 발매하려다 벌금 물게 된 소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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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7월 칠석에 신제품 발매하려다 벌금 물게 된 소니, 왜?

입력
2021.12.13 18:00
수정
2021.12.13 18: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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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사변은 중일전쟁 발단 사건 일어난 날
'국가의 존엄 해치는 광고'로 벌금
주중 일본 대사관, "민감한 날" 목록 배포

12일(현지시간) 홍콩 주재 일본 영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자행한 난징대학살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난징대학살은 1937년 12월 13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일본군이 국민당 정부의 수도이던 난징시에서 30만 명이 넘는 중국인을 무차별 살해한 사건이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홍콩 주재 일본 영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자행한 난징대학살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난징대학살은 1937년 12월 13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일본군이 국민당 정부의 수도이던 난징시에서 30만 명이 넘는 중국인을 무차별 살해한 사건이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7월 7일은 일본에서 오색 종이에 소원을 써 조릿대에 매다는 풍습이 있는 칠석날이다. 하지만 이날 신제품 카메라를 발매하겠다고 한 소니 중국 법인은 지난 10월 베이징시로부터 100만 위안(약 1억8,000만 원)의 벌금 통지를 받았다. 중국에서 7월 7일은 중일전쟁의 발단이 된 ‘루거우차오 사건’(노구교 사건), 이른바 ‘7·7사변’ 발생일이기 때문이다.

난징대학살 84년을 맞은 13일 마이니치신문 인터넷판은 소니를 비롯해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의 중국 법인이 중일 관계에서 ‘민감한 날’과 관련해 곤란한 일을 겪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소니 중국법인은 당시 7월 7일 밤 10시에 신제품 SLR 카메라를 발매한다는 광고를 며칠 앞서 냈다가 인터넷에서 격앙된 반응을 접하고 사과까지 해야 했다. 루거우차오 사건은 1937년 7월 7일 베이징 교외의 루거우차오에서 일본군이 자작극으로 벌인 발포 사건으로,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은 중일전쟁을 시작했다. 심지어 오후 10시는 사건 발생과 가까운 시간대였다. 인터넷에선 “7월 7일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가” “소니 제품을 보이콧하자” 하는 반발이 잇따랐고, 결국 소니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예정됐던 신제품 발표회도 취소했다. 3개월여가 지난 10월 12일, 베이징시 당국은 벌금 100만 위안을 부과했는데, 이는 광고법 제9조의 “국가의 존엄을 해치는 광고”에 해당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9월에는 파나소닉이 비슷한 사건으로 사죄하는 일이 일어났다. 9월 18일은 일본이 1931년 9월 18일 자작극을 벌이고 이를 빌미로 만주사변(9·18사변)으로 불리는 전투를 시작한 날이다. 이날 파나소닉 중국법인의 한 사원이 “9·18 국가의 치욕을 잊지 말라”는 글을 올렸는데, 이 사원의 상사가 “그만두세요. 회사를 그만두고 싶습니까?”라고 올린 것이 인터넷에서 비판을 받은 것이다. 사측은 결국 “사원의 정당한 발언을 간섭한 데 대해 파나소닉은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 당해 사원(상사)에게 엄정하게 대처하겠다. 앞으로도 중국 발전에 공헌하겠다”고 밝히는 입장문을 냈다.

주중 일본대사관은 “복잡한 대일 감정에 주의하자”며 중일 관계에 민감한 날 목록을 만들어 중국 거주 일본인 등을 위해 배포하고 있다. 목록에는 5·4운동, 6·5 충칭터널 사건, 9·3 중국인민 항일전쟁 승리 기념일, 12·13 난징대학살 등이 있다. 대사관 측은 “과거 일본인이 관여한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날에는 반일 감정이 표면화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생각지 않은 트러블이 없도록 주의해 달라”고 호소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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