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트스트림-2 폐쇄' 카드로 대러 압박 본격화
사업 당사국 독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딜레마

지난 9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 총회 기간 중 각국 외교장관들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에 가스가 흐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 카드로 거론돼 온 방안을 공식화한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외교·개발장관 회의에 참석한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를 향해) 과거에 하지 않았던 종류의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땐, 강력한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독일을 잇는 '가스관'을 언급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노르트스트림-2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에) 천연가스가 흘러가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만, 아직 그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스는 흐르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 그런 일(가스 공급)을 보는 건 정말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 지역에 공급하기 위해 러시아 서부와 독일 북동부 사이에 건설한 1,200㎞ 길이의 해저 파이프라인이다. 기존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망인 '노르트스트림-1'(2012년 완공)의 '대유럽 관문'이 우크라이나였다면, 노르트스트림-2는 독일이 경유지인 셈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내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과 관련, 러시아에 경고장을 날린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 화상으로 열린 푸틴 대통령과의 미러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공격을 가하면) 이전에 보지 못한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노르트스트림-2 폐쇄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의 국무장관이 직접 '가스관 사업'을 대러시아 압박 카드로 쓰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어서, 러시아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외신들은 이 사업의 또 다른 당사국인 독일의 동의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최근 퇴임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노르트스트림-2 사업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이해'를 구하려 지속적으로 미국을 설득해 왔다. 올라프 숄츠 신임 독일 총리도 이 사업에 대해 지지 입장을 피력했다. 독일로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용인하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막대한 국익이 걸려 있는 노르트스트림-2를 미국이 제재 수단으로 쓰도록 내버려 둘 수도 없다는 딜레마에 처한 꼴이다.
실제 독일은 우크라이나와 관련,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차원에서 이뤄지는 군사적 지원에도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지난달 나토를 통해 드론 대응용 소총과 저격수 대응 시스템을 들여오려고 했으나, 독일이 이를 막았다"고 밝혔다. 다만 독일이 재논의를 거쳐 일부 무기 구매엔 동의했다고 FT는 전했다.
레즈니코프 장관은 "독일은 (러시아와 협업해) 노르트스트림-2를 건설해 놓고, 우리의 무기 구입은 차단하고 있다"며 "아주 불공정하다"고 독일을 비판했다. 대신 그는 미국을 통한 무기 조달과 관련해 "긍정적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의 침공을 저지하기에 충분한 수준인지에 대해선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F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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