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받긴 어렵지만 사회에 상징적 경고 메시지"
미국에서 음주운전 사망사고 피해자 유족에게 우리 돈으로 356조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평결이 나왔다. 사고 가해자가 아닌, 술을 판매한 주점이 대상이다. 손님이 만취한 것을 알고도 주류를 팔면서 사고 유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이유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텍사스주(州) 누에시스 카운티 법원 배심원단은 음주운전 가해자에게 주류를 과다 제공했다는 혐의를 인정해 주점이 피해자 유족에 3,010억 달러(약 355조8,000억 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신체 상해에 대한 손해 배상액으로는 종전 기록 1,500억 달러(약 177조3,000억원)를 뛰어넘는 최대 금액이라는 게 CNN의 설명이다.
탐라 킨드레드(59)와 손녀 오주니 앤더슨(16)은 2017년 11월 집으로 향하던 중 교차로에서 빨간불을 무시하고 시속 146㎞로 달리던 조슈아 델보스키(29)의 차량에 치여 숨졌다. 가해자도 당시 사망했다. 만취 상태로 운전하던 델보스키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63%였다. 주정부가 규정한 음주운전 기준(0.08%)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후 피해자 유족은 가해자가 술을 마셨던 술집을 상대로도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해당 술집은 가해자가 음주에 따른 심신 상실 상태로 자신 또는 다른 사람에게 위험을 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나 알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일 술집에서 델보스키가 명백히 술에 취한 것을 인지하고도 술을 과도하게 판매해 방조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유족 변호인은 해당 술집은 폐업했고 이전 소유주도 지불할 능력이 부족해 실제 손해배상액은 받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텍사스주류음료위원회(TABC)에 따르면 해당 술집은 주류 판매를 허가하는 주류 라이선스가 2019년 만료됐다. TABC 대변인은 “텍사스 법은 주류 판매자가 술에 취한 고객에게 주류 판매를 거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해당 사건은 이미 술을 많이 마신 이에게 주류를 팔았을 때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변호인 측은 이번 평결은 음주운전의 위험성과 주점의 과도한 주류 판매를 경고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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