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아들 때려 뇌손상 입힌 아빠...퇴원 직후 또 신체 학대

피해아동, '일상생활 어려워' 장애 판정
법원, "반성하는 모습 없어" 징역 5년 선고

아동학대. 게티이미지뱅크

생후 8개월 된 아들이 보채고 운다는 이유로 때려 뇌 손상을 입히고, 팔과 다리를 부러뜨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아빠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피해아동은 향후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걷는 것을 포함, 일상생활을 하기가 어려운 수준의 심한 뇌병변 장애(뇌 질환으로 발생한 신체적 장애) 진단을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이규훈)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중상해,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상해 혐의로 기소된 A(34)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A씨에게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5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26일 오후 6시쯤 인천 연수구 주거지에서 아내 B씨가 외출한 사이 생후 8개월 된 아들 C군을 바닥에 내려놓고 이마와 눈 부위를 3대 가량 때리고 쇄골 부위를 강하게 움켜쥐는 등 폭행해 크게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잠에서 깬 C군이 안아 달랬음에도 울음을 멈추지 않자 화가 나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내 B씨가 경기 가평군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하루 뒤인 지난해 12월 27일 귀가했을 당시 C군은 얼굴과 팔 등에 상처가 있었고, 손과 다리를 떨었다. C군은 인천 남동구 한 병원에서 뇌실 내 뇌내출혈, 어깨뼈 골절 등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지난해 3월 초 주거지에서 아내 B씨가 외출한 사이 C군의 기저귀를 갈아주다가 계속 운다는 이유로 팔과 다리를 힘껏 움켜쥐는 등 폭행해 넓적다리 뼈 골절 등을 입히기도 했다. 당시 C군은 뇌출혈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수술을 받고 퇴원한지 얼마 안 된 상태였다.

A씨 부부는 A씨가 배달 일용직 일을 하러 출근하는 낮 시간대에는 B씨가, B씨가 외출하는 밤 시간대에는 A씨가 아들을 돌보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부부는 생활비 문제 등으로 심한 불화를 겪었다.

A씨는 법정에서 "학대 행위를 한 바 없다"며 "수사기관 강요에 의해 거짓으로 범행을 자백했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C군의 뇌출혈에 대해선 "아들을 아기 흔들의자에 떨어뜨려 발생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아동을 학대하고 상해를 가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B씨와의 불화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피해아동이 보채고 울어 힘들다는 이유로 생후 8개월 영아를 학대해 뇌병변 장애에 이르게 했다"며 "더구나 자신의 범행으로 수술을 받았음에도 퇴원 후 얼마되지 않아 다시 신체적 학대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아동의 어머니 B씨가 피고인에 대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며 "그러나 피고인이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점, B씨도 양육과 보호를 소홀히 했을 뿐만 아니라 가해자인 피고인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 보호자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양형에 유리한 사유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