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일산 아파트 화단서 발견돼
전날 비서에 사직서 맡기고 퇴근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윗선’ 연결고리로 의심받아 온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66·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10일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뇌물 수뢰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그는 영장실질심사를 나흘 앞둔 상황이었다.
극단선택 암시 글 남기고 집에서 나와
10일 경찰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오전 7시 40분쯤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단지 화단에 추락해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했다.
경찰은 오전 4시 10분쯤 그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갔다는 내용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수색 작업을 벌였다. 그가 발견된 아파트는 집과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유서 내용은 유족 측의 반대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경찰은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과 경찰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수사가 한창이던 10월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윗선'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녹취록 속에 등장하면서 의혹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녹취록에서 그는 대장동 사업이 본격화 되기 한달 전인 2015년 2월 “시장님 명”을 언급하며 황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다.
유 전 본부장은 이런 주요 역할을 맡으면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실질적 일인자라는 뜻인 ‘유원’으로 불린 유동규(52·구속) 전 기획본부장에 이어 이인자라는 의미의 ‘유투’로 불렸다.
유 전 본부장의 빈소는 이날 오후 2시쯤 고양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경찰은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전날 정상 출근해 결재 등 업무도 처리
그는 숨지기 전날 사장으로 있는 포천도시공사에 출근해 웬만한 결재도 다 하는 등 정상적으로 업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오후 퇴근시간 무렵 비서실 직원 1명에게 사직서를 맡기고 퇴근했다. 자신을 공사 사장에 임명한 포천시에 대신 사직 의사를 전달해줄 것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의 포천도시공사 사장 임기는 내달 7일 종료 예정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직원들에게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 자신이 뒷돈을 챙겼다는 이야기에 억울함으로 내비쳤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나는 아니다, 나는 아니다'라는 말을 최근 수차례 했다"며 "검찰이 적시한 뇌물 혐의와 관련해 그동안 명예가 훼손돼 억울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앞서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전날 유 전 본부장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14일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예정이었다.
윤 전 본부장은 2014년 8월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한강유역환경청 로비 명목으로 2억 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한강유역환경청은 대장동 사업 환경 영향 평가를 진행하면서 일부 지역을 보전 가치가 높은 1등급 권역으로 지정했다가 이후 해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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