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우크라이나·중유럽 정상과 통화
블링컨 국무, G7 외교장관 만나 견제 방안 논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이어 중국·러시아 압박 계속
中 "美, '민주' 내세워 분열 선동... 재앙 초래" 반발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포위망을 넓히고 있다. 전 세계 110개국을 모아 이틀간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열며 ‘권위주의 독재’로 두 나라를 몰아세운 데 이어 유럽과 아시아 동맹·우방을 규합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중유럽 ‘부쿠레슈티 9개국’,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새로운 우군 챙기기도 눈에 띄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막 연설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1시간 30분 동안 전화통화 회담을 가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9만 명 넘는 병력을 배치해 내년 초 침공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직접 챙긴 것이다.
미 백악관은 통화 후 보도자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추가 군사 개입이 있을 경우 미국과 동맹국들이 강력한 경제 및 기타 방법으로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 미러 정상회담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유사한 경고를 했다.
미국은 러시아 인근 중·동유럽 국가 정상도 한데 모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폴란드 리투아니아 체코 등 9개국 정상과 전화 통화를 하며 이 지역 미군 군사력 증강을 약속했다. 미러 정상회담 전후로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서유럽 핵심 우방 국가와 긴밀히 상의한 데 이어, 러시아와 조금 더 가까운 중유럽 국가들로 후방 전선을 넓힌 셈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0~12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영국으로 날아갔다. 이번 회의에는 유럽 중심 G7 국가는 물론, 한국 호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4개국에다 아세안 회원국까지 초청됐다.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중국과 껄끄러운 사이인 아세안 외교장관들을 G7 회의에 부른 것은 연합전선을 구축,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G7 외교장관회의에서 ‘자유 네트워크(network of liberty)’ 구축을 논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영국에 이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을 직접 찾아 중국에 견제구를 던진다.
6일 미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방침 발표에 이어, 뉴질랜드 호주 영국 캐나다 등 ‘파이브 아이즈(영어권 정보 공유 동맹)’ 참여국의 보이콧 동참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외부 독재자들은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해 그들의 힘을 키우고 억압 정책을 정당화하려 한다”며 중국·러시아를 겨냥했다. 또 민주주의 증진을 위해 4억2,440만 달러(약 5,000억 원)를 투자한다는 민주주의 회복 구상도 내놓았다.
다만 미국이 군사력 배치 같은 실제 힘을 보이기보다는 민주주의 가치관 중심 외교력 위주여서,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많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직접 군대를 배치하는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러시아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 같은 긴장 국면 조성 가능성을 경고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미국은 패권 수호를 위해 민주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민주를 내세워 분열을 선동한다. 미국식 기준으로 세계를 ‘민주 대 비민주’ 양 진영으로 분류해 분열을 부추기는 건 더 큰 불안과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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