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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에 버럭, 감정기복, 돌발행동 늘었다면...이 질환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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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에 버럭, 감정기복, 돌발행동 늘었다면...이 질환 의심

입력
2021.12.1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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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함께 와서 더 많은 확진자 낸 정신 질환
불안장애 진단 급증, 정신 질환 전 주의 단계로 심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불안감,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과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었다. 이 증상을 자각하지 못한 이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갑질과 정신적 피해를 끼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불안감,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과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었다. 이 증상을 자각하지 못한 이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갑질과 정신적 피해를 끼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강북의 한 언론사에서 근무하는 장영준(56)씨는 불안장애 증상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장씨는 사소한 문제도 과도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인 데다 자신의 실수를 으레 남 탓으로 돌리는 바람에 대인관계까지 악화돼 점심시간에도 같이 밥을 먹는 동료도 없다.

대학 졸업반 조서연(21)씨는 온라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기사에 욕설과 명예 훼손적 댓글을 단 것이 문제가 돼 사이버명예훼손죄로 벌금형을 받았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녀보고 졸업하는 등 매사 나만 피해를 입는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악성댓글을 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고 고백했다.

심인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코로나19가 촉발시킨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억눌린 감정과 위축된 사회 분위기의 영향으로 불안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었다"며 "불안 증상이 우울장애, 공황장애 같은 다른 질환으로 이어지는데, 대부분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가운데 중증 질환으로 발전하는 까닭에 신체적 질병보다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으로 대인관계가 제한되는 상황,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크고 작은 경제적 어려움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이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불안장애는 과도한 불안과 걱정으로 교감 신경이 흥분되면서 심박동 증가, 안면홍조, 두통, 호흡증가나 위장관계 이상 증상과 같은 신체적 증상을 일으킨다.

사소한 것에 과민하게 반응하고 작은 난관에도 안절부절못하고 짜증을 내는가 하면 매사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또 닥치지도 않을 위험을 걱정하고 최악의 사태만을 상상하는 경향이 있으며,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실수도 잦아진다. 동시에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억지나 과도한 논리를 펼치기도 해서 대인관계가 악화된다. 불안장애는 우울감, 불면, 사회생활의 장애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정신과적 질환을 같이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불안장애의 원인을 하나로 규정하지 않는다. 외부의 다양한 스트레스와 개인적인 요소, 감정을 담당하는 뇌와 신경회로 내의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불안을 유발한다고 본다. 즉,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안녕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에 뇌 안에서 조심하라는 경보장치를 켠 것이다.

이 경고를 무시할 경우 결국 이차적인 감정, 인지, 행동, 생각에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긴다.

이 같은 진단은 기본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문진과 상담을 통해 증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 자가보고형 평가지를 시행하거나, 다른 신경학적, 내과적 질환의 감별을 위해 심전도, 혈액검사, 뇌영상검사(자기공명영상 촬영 등)과 같은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불안장애가 있는 이들에게 휴가나 여행, 취미생활을 적극 권장한다. 특정 대상이나 코로나와 같은 상황에서 생기는 과도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것은 가장 자연적인 치료다.

하지만 장기화된 코로나 상황에서의 현실적인 제약으로 기본적인 휴식과 여가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정서적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본인이 치료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 때문에 병원 방문을 주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국제학술지 란세트(Lancet)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 불안증환자가 2억9,800여만명에서 약 3억7,400여만명으로 26%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증상은 적절한 대인관계와 휴식, 취미활동, 여행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한데도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사회적 대책이 시급하다.

정신과 치료? 내성 때문에...

치료는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원칙이나 진단에 따라 치료 접근이 달라질 수 있다. 약물치료는 주로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처방한다. 항불안제는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불안 증상을 경감하기 위해 사용된다. 항우울제는 불안을 서서히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동반되는 우울과 수면에 크게 도움이 된다. 불안은 뇌 내부의 신경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인한 증상이므로 약물치료가 핵심이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수 개월간 복용하면서 주기적인 관찰을 할 필요가 있다.

심 전문의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면서 많은 이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데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술을 마시거나 계속 참고 지내다보면 알코올 남용 및 우울증 등의 다른 정신적 문제가 악화돼 심각한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도 있다"며 "과도하게 억눌린 스트레스를 정당하지 않은 쪽으로 분출하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나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심인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불안감을 원인으로 한 정신과 질환을 호소하는 이들이 급증했다"며 "뇌의 기능적 문제가 감정조절에 미치는 영향과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아정신건강의학과 제공.

심인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불안감을 원인으로 한 정신과 질환을 호소하는 이들이 급증했다"며 "뇌의 기능적 문제가 감정조절에 미치는 영향과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아정신건강의학과 제공.


불안장애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증상들

●짜증을 잘 낸다. 사소한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과도하게 흥분한다.

●조그만 변화에도 몸에 힘이 들어가고 근육이 긴장되고 쉽게 피로해진다.

●집중하기 어렵고 건망증이 생긴 것처럼 쉽게 잊는다.

●사소한 문제를 과도하게 걱정을 하고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피곤한데 쉽게 잠이 오지 않고 자주 깬다. 깊은 잠을 자기 힘들다.

●늦잠을 자도 개운한 기분이 들지 않고 머릿속이 멍하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사고나 생각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일상을 비관적으로 판단하고 사고도 비관적으로 변해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빚는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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