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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는 줄이고 기업은 살리는 그린리모델링

입력
2021.12.13 04:30
수정
2021.12.13 08:3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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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유럽연합의 온실가스 중 3분의 1이 건물에서 발생하고 있다. 현재 유럽의 건축물 75%가 에너지 효율이 낮은 에너지소비형이며, 2050년이 되어도 이러한 건축물의 약 85~95%가 남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우리나라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2018년 국내 온실가스의 24.6%를 건물부문에서 차지하여, 산업부문 다음으로 배출하고 있다. 전국 727만동의 건축물 중 75% 이상이 건축물 에너지관리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시행한 2008년 1월 단열기준과 무관하다. 2025년부터 신규 민간건축물은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받게 되지만, 2050년에도 82% 이상이 에너지소비형 건축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중립을 위해 기존 건축물의 성능개선을 위한 그린리모델링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테리어 중심의 기존 리모델링과 달리 '그린리모델링'은 건축물 에너지성능 및 효율개선을 통해 탄소를 줄이면서도 쾌적하고 건강한 거주환경을 제공하는 '건물재생사업'이다. 여기에 더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겨낼 강력한 경제부양책으로서 이 사업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하고 싶다.

전국 3,000여 개의 주민센터를 제로에너지 수준으로 그린리모델링하기 위해서는 약 1조4,200억 원의 공사비가 든다. 적지 않은 예산이지만 동네마다 쾌적하고 청정한 주민센터를 갖게 될 뿐 아니라, 국가 예산이 오롯이 지역경제와 가계소득을 끌어올리는 마중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업비로는 내부마감 21.2%, 외부마감 16.3%, 창호 14.8%, 조명기기 10.3%, 냉‧난방 설비 8.8%, 외단열 8.6%, 철거‧가설 8.2%, 외부블라인드 4.9%, 신재생에너지 2.9% 순으로 매우 다양한 자재와 설비, 작업이 투입된다. 투자비용이 지역의 많은 중소 자재산업과 건설현장으로 이어지고, 분수효과와 낙수효과를 일으켜 지역 경제에 기여한다. 노후건축물 조사, 건축물 설계, 에너지컨설팅 등 지식서비스산업 투자도 이어져 단기는 물론 중장기적인 전문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살던 건물을 고치는 작업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멀지만 가까운 미래인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공공을 시작으로 민간 분야에까지 신속히 그린리모델링이 확대되어야 한다. 탄소중립 과정에서 좌초산업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지만, 제로에너지수준의 그린리모델링은 지역 중심의 노동집약적 사업으로 탄소감축과 함께 경제적 부양효과도 확실하다. 주택도시기금,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 전력산업기반기금, 에너지공급효율향상의무화제도(EERS), 민간녹색금융, 탄소배출권 등 적극적인 재원 확보부터 종부세, 양도세 등 세제혜택까지 정부의 구체적이고 과감한 예산투자와 지원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


이명주 명지대 건축대학 교수, 탄소중립위원회 녹색생활분과 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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