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매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 맞아 170개국서 진행
20년간 100여명 인권피해자 구제… 올해는 6명 선정해 탄원운동
국내선 10일 유튜브 ‘레터나잇’ 이어 오프라인 전시회도 개최
“편지쓰기는 생명줄… 우리의 작은 행동 하나가 큰 변화 만들 것”
멕시코 칸쿤에 사는 웬디 갈라르사는 보육업계에서 성실히 일하는 여성이다. 지난해 11월 웬디는 한 여성이 살해된 사건에 대한 정의를 요구하는 행진에 참가했다가 목숨을 잃을 뻔했다. 페미니스트 연합이 주최하는 행진에서 일부가 행진을 가로막는 나무 장벽을 허물려고 하자, 경찰이 총을 쏘기 시작해 실탄 한 발이 다리에 맞은 것이다. 웬디는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오늘날까지 웬디에게 총을 쏜 가해자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웬디는 “시위에 나간 그날 밤, 제가 다음 희생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여성을 겨냥한 폭력은 갈수록 커져만 갑니다. 그 어떤 여성도 이런 일을 당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폭력을 당한 모든 여성, 그리고 지난해 11월의 피해자들을 위해 정의가 실현됐으면 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웬디와 같이 부당한 이유로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들을 위해 편지를 쓰는 글로벌 캠페인이 한국에서도 진행 중이다. 바로 글로벌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세계 170개국에서 개최하는 ‘편지쓰기 캠페인(Write for Rights)’이다. 부당함에 맞서 싸우고 권리를 침해당한 인권옹호자들을 위해 편지를 쓰는 이 캠페인은 지난 20년 동안 100명이 넘는 사례자들을 고문과 괴롭힘, 부당한 구금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데 기여한 바 있다. 전 세계 시민의 편지 하나하나가 모여 ‘기적’을 만든 것이다.
올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선정한 인권옹호자는 ▲멕시코 경찰의 총에 맞고 살아남은 여성인권 활동가 웬디 갈라르사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에 관해 보도한 이유로 구금된 시민기자 장 잔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폭력을 공개해 위협받는 15세 소녀 잔나 지하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불경죄법에 따라 구금된 태국의 파누사야 룽 ▲여성과 LGBTI인권을 옹호해 반LGBTI 단체의 공격을 받고 있는 NGO 스피어 ▲전경을 향해 화염병을 던졌다는 혐의로 체포돼 증거 부족에도 유죄 선고를 받고 고문을 당한 채 수감 중인 16세 청소년 미키타 등 총 6명이다.
캠페인 참여자는 특별히 제작한 웹사이트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연대편지와 탄원편지를 쓰며 이번 캠페인에 함께할 수 있다.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20년 전 폴란드의 작은 마을에서 지역축제로 시작된 국제앰네스티 캠페인은 오늘날 450만 통의 편지를 모으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성장했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연대가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당신의 편지에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레터나잇, 연대로 만드는 변화의 밤
국제앰네스티 회원과 캠페인 참여자가 함께 모여 연대와 탄원의 편지를 쓰는 행사인 ‘레터나잇(Letter Night)’도 개최된다. 레터나잇은 매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에 맞춰 진행되는 행사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튜브 라이브와 줌을 통해 개최된다.
캠페인 참여자는 각자의 자리에서 인권 침해에 맞서 싸우는 여섯 명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듣고, 연대와 탄원의 편지를 함께 쓰며 연대의 손길을 실감할 수 있다. 12월 10일 저녁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이 행사의 사회는 임현주 MBC 아나운서가 맡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온라인 레터나잇의 열기는 뜨거울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사회를 맡은 임현주 아나운서는 “1시간 반가량 진행된 온라인 편지쓰기 행사가 끝나자 기운을 완전히 회복했다. 온라인으로 접속했던 회원들도 끝까지 랜선을 떠나지 않고 함께했는데, 처음엔 적막했던 채팅방이 점차 후끈해지면서 모두 행복함을 느낀다는 말을 쏟아냈다”고 밝힌 바 있다.
디자인 전시로 인권운동을 더 ‘힙’하게!
레터나잇에 이어 편지쓰기 캠페인의 각 사례를 테마로 한 오프라인 행사가 열린다.
지난 2018년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에서 올해의 디자인으로 선정된 ‘햇빛 스튜디오’, 전시 디스플레이로 유명한 ‘소목장세미’와 협업해 국제앰네스티 편지쓰기 캠페인 전시 <WRITE A LETTER, ENTER CHANGE>가 12월 11일부터 내년 1월 28일까지 개최된다. 서울 종로구 로얄창덕궁빌딩 1, 2층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모두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인권 캠페인’을 만들기 위해 친근한 스마트폰 키보드를 모티브로 삼았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인권이 낯선 이야기가 아니며, 연대가 즐거운 경험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매년 국제앰네스티의 편지쓰기 캠페인은 전 세계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켰다는 이유만으로 인권을 유린당하는 사람들에게 생명줄이 되어 주고 있다”며 “이들에게는 당신의 연대가 필요하다.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에게 트윗을 보내고, 서명을 하거나 편지를 작성해도 좋다.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가 가끔은 가장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참여를 촉구했다.
● 국제앰네스티 편지쓰기 캠페인 유래
국제앰네스티의 편지쓰기 캠페인은 20년 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친구들이 모여 세계인권선언일(12월 10일)을 기념하는 의미로 24시간 편지쓰기 마라톤을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20년 전 2,326통의 편지로 시작했던 캠페인은 지난해 450만 통의 편지, 트윗, 탄원서명이 모이는 세계 최대 인권 캠페인으로 성장했다. 2001년 처음 시작된 이 캠페인은 100명이 넘는 사례자를 고문, 괴롭힘, 부당한 구금으로부터 해방시키고 그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데 기여한 바 있다.
● 국제앰네스티는 어떤 단체?
올해로 설립 60주년을 맞은 국제앰네스티는 비정부기구로 전 세계 159개국 이상 1,000만 명의 회원과 지지자들이 함께하는 세계 최대의 인권단체이다. 국적·인종·종교 등을 초월하며,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경제적 이익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한다. 국제앰네스티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와 협의 자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1977년 노벨평화상과 1978년 유엔인권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1972년에 설립돼 국내외의 인권 상황을 알리고 국제연대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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