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 사회는 모성애를 강요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배우 원진아가 던진 물음이다. '지옥'에서 그는 고지를 받은 아기 '튼튼이'의 엄마였다. 원진아는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죽음을 예고 받은 신생아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송소현을 그려내며 모성애에 대해 몇 번이고 생각했다.
원진아의 지난 9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옥'은 사람들이 지옥의 사자들에게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는다.
"튼튼이, 실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옥' 속 송소현(원진아)의 모성애는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는 튼튼이를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공포와 맞선다. 송소현을 연기한 원진아는 "모성애라는 건 사람마다 표현 방식이 다를 수 있다. 받아들이는데 걸리는 시간도 다를 듯하다"고 말했다. "제게 모성애가 있는지 생각해 봤죠. 장담을 못 하겠더라고요. 제 삶도 중요하니까요. 그런 상황이 왔을 때 모성애를 가장 우선시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상상력을 바탕으로 모성애를 표현했다고도 했다. 튼튼이가 실제로 존재하는 아이라고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단다. 그는 "더미 인형이 실제 튼튼이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물건 취급을 하는 순간 몰입하기 어려워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튼튼이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안으려고 했다. 스태프들에게도 농담 삼아 '튼튼이를 살살 다뤄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스태프들도 '튼튼아, 엄마한테 가자' 같은 말을 해줬다"고 밝혔다.
"박정자·정진수 짠해"
모성애에 대해 계속 생각해왔기 때문일까. 처음엔 아이들을 두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박정자(김신록) 캐릭터가 제일 안타깝게 느껴졌다고 했다. "튼튼이가 고지를 받고 죽는다면 성인들이 남게 된다. 그런데 박정자가 죽으면 보호자가 사라진 아이들만 남는다. 그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는 것이 그가 밝힌 이유다.
그러나 원진아는 드라마를 여러 번 보며 정진수(유아인)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게 됐다. 정진수는 20년 뒤의 죽음을 예고 받고 신흥 종교의 교주로 남은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고지를 받고 하루이틀을 살아가는 것도 고통스러울 수 있는데 정진수는 20년이라는 그렇게 살았어요. 보호자도 없는 남자아이가 청소년기에 고지를 받은 거죠. (정진수가 이끄는) 새진리회는 타인의 고통을 즐기고 그걸 이용해 개인의 이익을 취한다는 게 무서웠습니다. 사회를 장악한다는 점도 공포스러웠고요."
"박정민 아우라에 감탄"
호흡을 맞췄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원진아는 연상호 감독을 향한 깊은 신뢰를 드러내 시선을 모았다. 그는 "감독님이 어떤 연기가 좋았는지 설명해 주셨다. 신뢰감을 보여주셔서 확신을 갖고 최대한의 집중력으로 역할에 몰입할 수 있었다. 지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 많았는데 감독님이 촬영이 끝나면 다시 에너지를 채울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꿔주셨다"고 했다. "현장이 정말 즐거웠다"고도 말했다.
박정민의 연기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원진아는 "박정민 선배님을 보면 실제로 캐릭터가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점이 부럽고 닮고 싶었다"며 "아무 대사 없이 한숨을 푹 쉬며 앉아 있는 모습만 봐도 그 인물처럼 보이더라. 아우라가 있었다. 노력하지 않아도 동화되고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배영민(박정민), 그리고 튼튼이와의 이야기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도 있을까. "주변 환경에 휩쓸려 결과에 순종하는 건 별로예요. 인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요. 그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죠."
"새로운 모습 보여줄 수 있는 작품 원해"
원진아는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해피 뉴 이어'로도 대중을 만날 예정이다. 앞서 올해 JTBC 드라마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에서 열연을 펼쳤으며, '보이스'에 특별출연했다. 열일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그는 "일반적인 배우 지망생 중 한 명이었는데 운이 좋게 감사한 분들을 만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내 능력을 알아봐 주시고 같이 하자고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이 많아 행운을 얻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원진아의 목표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고 기대감을 드릴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응원의 메시지를 받을 때, 그리고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있을 때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만족하지 못해 힘들어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어요."
모성애에 대한 원진아의 깊은 생각이 담긴 '지옥'은 지난달 11일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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