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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접종률이 낮은 이유

입력
2021.12.10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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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시작된 청소년 접종률 30%대 저조
낮은 효능, 부작용 불안에 방역패스 반감도
언론이 근거 없는 거부감 부추기진 말아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이 시작된 10월 18일 서울 양천구 홍익병원에서 한 학생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이 시작된 10월 18일 서울 양천구 홍익병원에서 한 학생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년 전 세계 선두 그룹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의 현재 접종완료율은 60%다. 아스트라제네카를 제외하고 지금 쓰는 신뢰할 만한 코로나 백신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이 나라의 접종률이 이처럼 낮은 것은 심각한 백신 불신 때문이다. 접종 시작 때부터 있었던 반대 시위는 최근 접종률을 올리기 위한 바이든 정부의 사실상 의무화 조치 이후 더 거세지고 있다. 미국에 비해서는 백신 접종이 높은 편이지만 유럽에서도 백신 의무화와 거리 두기를 위한 재봉쇄에 대한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로나 확산 직후 한국 등 동아시아의 성공적인 방역 이유로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한다거나 상대적으로 권위에 순응적이라는 분석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때만 되면 권장하는 백신에 대한 신뢰도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백신의 안전성에 동의하는 사람은 49%로 유럽에서도 낮은 편에 속하는 프랑스와 별로 차이가 없다. 안전성, 중요성, 효과에 대한 신뢰가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나 뒤늦게 시작한 국내의 백신 접종은 여러 언론의 지나친 우려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정부 예상보다도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전체 인구 기준으로 81%, 18세 이상 성인 기준 92%에 이르는 접종률은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수준이다. 그러나 접종 시즌 2라고 할 돌파감염 대비 추가접종과 어린이·청소년 접종은 그만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추가접종은 요양병원 등 고위험시설 중심으로 상당히 진행됐지만 그 외 60세 이상은 속도가 느리다. 단축을 해도 기본 접종 간격이 있어 의지가 있다고 접종률을 금세 높일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문제는 청소년 접종 부진이다. 본격적인 12~17세 접종이 10월 중순 시작됐지만 접종완료율은 34% 정도다. 나이가 어릴수록 접종률은 낮아 12세는 10%밖에 안 된다. 성인 접종 때와 사뭇 다른 이유가 있다. 우선 고령자에 치명적인 코로나19 특성 때문에 백신 효능감이 떨어진다. 혹시라도 부작용이 생기면 어린 자녀에게 얼마나 가혹할까 하는 불안도 한몫한다. 자식이 깨질까 다칠까 안쓰러운 게 부모 마음이다. 접종률을 높이려고 서둘러 발표한 청소년 방역패스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 접종의 이점을 더 적극 알리고, 방역패스 문제는 다양한 의견을 들어 조정해가는 수밖에 없다.

접종 반대가 언뜻 그럴듯한 논리의 탈을 쓰고 확산하는 점도 우려할 만하다. 최근 35만 명 가까운 동의를 얻은 한 고등학생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대표적이다. 절대 이 위험한 백신을 고통스럽게 맞을 생각이 없다며 청원자는 여러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하나하나가 근거도 없는 안타까울 정도로 잘못된 믿음일 뿐이다. 돌파감염이 많아 백신 효과가 없다는 건 엄청난 과장이고, 그래서 백신을 안 맞겠다는 건 논리의 비약이다. 방역패스의 인권침해 문제는 지적할 수 있지만 미접종자는 물론 공동체를 지키려는 사회적 고민의 결과물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잘못된 주장을 비판은커녕 '분노의 청원'이라는 제목까지 달아 퍼나르는 언론이 더 문제일 수도 있다. 며칠 전 방역패스 반대 시위를 전하는 어떤 기사는 한 단체의 설문조사 결과 학부모 10명 중 9명이 자녀에게 접종시키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접종을 마친 청소년이 이미 30%를 넘는데 이런 앞뒤가 맞지도 않는 주장을 전하는 게 언론의 역할인가. 하기야 '최근 일주일간을 따졌을 때'라는 말은 쏙 빼고 한국의 치명률이 1.42%로 세계 평균보다 높고 주요 7개국 중 미국 다음이라며 독자를 속이려 드는 경우에 비하면 낫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코로나와의 힘겨운 전쟁 가운데서 언론의 공적인 책임을 거듭 돌아보게 된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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