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출산·다자녀 당직 면제, 여성 군인에 한정
인권위 "군인 부부의 경우 여성만 양육 부담"
자녀를 3명 이상 둔 군인이라면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당직근무 면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국방부 장관에게 이 같은 내용으로 부대관리 훈령 등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9일 밝혔다. 부대관리 훈령 78조는 △임신한 여성은 임신 확인 진단서 제출 시부터 분만 후 1년이 되는 날 전날까지 △3자녀 이상 여성은 셋째 자녀 임신 시부터 셋째 자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당직근무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지난 5월 3명 이상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육군 소속 남성 중사의 고충 상담을 접수하고, 현재 여성에게만 적용되고 있는 다자녀 양육에 따른 당직 면제 규정을 남성 군인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진정을 인권위에 냈다.
군인권센터는 관련 조항이 임신한 배우자를 둔 남성 군인과 그 배우자를 부당하게 차별하고 있으며 남성이 군인일 경우 여성에게만 출산·육아 책임을 지우게 된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11조 평등권 위반이라는 점도 들었다.
군은 이에 반대했다. 육군본부 양성평등센터는 △해당 제도의 목적과 취지가 임신과 출산을 하는 직접적 당사자인 여성의 신체적 특성 및 건강을 고려한 것이라는 점 △당직근무 면제 대상자 확대로 결혼하지 않은 남녀 간부의 당직 근무가 가중된다는 점 △소규모 부대의 경우 근무 면제 인원이 많아져 당직근무 편성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 역시 제도 개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현행 유지 필요성을 주장했다. 전군 공통적으로 3자녀 이상 다자녀 군인이 많아 당직근무 면제를 남성까지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셋째 자녀가 초등학생 이하인 군인 인원은 남성 5,584명, 여성 434명이다.
그러나 인권위는 현행 규정에 따르면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군인 부부는 여성 배우자에게만 양육 부담을 미루게 된다고 판단하고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관련 규정이 모성보호보다는 다자녀 우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다만 배우자 임신 시 남성 군인의 당직 면제에 대해선, 임신과 출산을 앞둔 배우자를 둔 남성이 신체 특성상 건강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큰 집단이라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다만 소규모 부대의 경우 당직 편성이 어려워진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해 각 부대 지휘관에게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여지를 열어두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군인권센터는 "인권위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해당 규정이 개정, 정착되고 군대 내 성평등한 조직문화가 자리잡을 때까지 상담 및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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