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굶기고 학대해 또래 절반 몸무게 불과
'소변 실수' 이유로 찬물 샤워 후 2시간 방치
1·2심 모두 "살인 고의 인정된다" 중형 선고
올해 3월 인천시 중구 한 빌라에서 초등학교 3학년인 C(9)양이 세상을 떠났다.
아이의 모습은 처참했다. 얼굴과 팔, 허벅지 등 온몸에 멍과 상처가 가득했다. 영양결핍으로 몸무게는 또래 평균(26㎏)의 절반 수준(13㎏)에 불과했다. 육안으로만 봐도 뼈대만 앙상했던 아이는 사망 전 이틀 동안 식사는커녕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C양이 지난 수년간 친모 A(28)씨와 계부 B(27)씨로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받았다는 사실이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A씨는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C양과 아들을 낳고, 2017년 B씨와 재혼했다. 이들은 A씨가 가정환경 탓에 양육시설에 맡겼던 아이들을 다시 데려와 키우기로 했고, 수차례 면담 끝에 2018년 1월 C양 등을 집으로 데려왔다.
그러나 ‘아이들을 잘 돌보겠다’던 다짐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부는 ‘음식을 몰래 먹었다’ ‘대소변 실수를 했다’는 등의 이유로 C양에게 1시간씩 스쿼트 자세로 벌을 서도록 했다. 옷걸이와 미니 당구채로 온몸을 때리는 등 가혹한 체벌도 일삼았다.
시간이 갈수록 학대 수위는 심각해졌다. 6시간 동안 ‘엎드려뻗쳐’를 시키고, 변기 속 오물을 먹게끔 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하루 한 끼만 주거나, 하루 이틀 동안 밥도 물도 전혀 주지 않고 굶겼다. C양은 밥을 제대로 먹을 수도, 혼자서 걷기도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
3월의 비극은 C양의 소변 실수에서 시작됐다. A씨는 아이를 수차례 체벌한 뒤, 찬물로 샤워를 시키고는 물기도 닦아주지 않은 채 2시간 넘게 화장실에 방치했다. 기력이 없었던 C양은 결국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오후에 퇴근한 B씨는 게임을 하다가 뒤늦게야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아이를 방으로 옮겨 인공호흡을 시도했지만, C양은 끝내 숨지고 말았다.
1심 재판부는 살인·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 채 기력이 다해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된 피해자가 느꼈을 고립감, 공포, 슬픔 등의 감정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8일 항소심인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 정총령 조은래 김용하)도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같은 극심한 영양 불균형 상태에서 온몸에 찬물을 끼얹고 방치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건 의료 전문가가 아니어도 충분히 예견이 가능한 사실”이라며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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