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어린이 청소년
문학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임솔아 지음. 임솔아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제10회 문지문학상 수상작 '희고 둥근 부분'을 포함한 9편의 소설이 수록됐다. 표제작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에서 간호대를 가지만 꿈을 포기하는 문경의 이야기가 나온다. 친구에게 더는 푸념하고 싶지 않아서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한다. 이 말은 진심을 숨기고 선을 긋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이야기할 수 있는 표현으로 쓰였다. 첫 소설집의 '작가의 말'을 통해 자신과 닮은 소설 속 인물을 그렸다고 밝혔던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는 자신과 다른 존재와의 연결을 시도한다. 문학과지성사·284쪽·1만4,000원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
차도하 지음. 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 쓴 첫 번째 산문집이다. 일기에도 거짓말을 쓸 수밖에 없다는 시인의 산문집에는 역설적이게도 솔직한 고백들이 담겨 있다. '동성연애를 향한 무심한 비난', '폭력으로 점철된 유년', '죽음을 결심한 어느 밤의 기억' 등이다. 작가는 '착한 딸', '화목한 가정'이라는 거짓말을 벗어던지고, 그동안 일기에도 쓰지 못했던 힘든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 내려갔다. 솔직해지기 어려운 마음을 고백하고, 스스로를 자의식 과잉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결연한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위즈덤하우스·340쪽·1만5,800원
△두고 온 것
강영숙 지음.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의 6번째 소설집이다. 제18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어른의 맛'을 포함해 9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됐다. '어른의 맛'에서 '승신'과 '호연'은 부모 중 한 명이 자살했다는 공통점과 그로 인한 불안함으로 강하게 결속된 불륜 관계로 나온다. 표제작 '두고 온 것'에는 해고당한 '민수'가 피해의식에 시달리며 착란을 일으키는 모습이 나온다. 불안함을 지니고 살아가는 현대인을 포착하고 글을 써 온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흔들리지만 끝끝내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문학동네·264쪽·1만3,500원
△정직한 사기꾼
토베 얀손 지음, 안미란 옮김. '무민' 캐릭터의 창조자이자 핀란드를 대표하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1970년 '무민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소설을 집필한 작가가 1982년에 출간했다. 순수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안나'를 등쳐 먹는 마을 사람들을 보고, '카트리'도 은글슬쩍 그녀에게 접근해 한몫을 챙기기로 결심했다. 간단한 인사치레조차 위선으로 여기는 카트리와 상대방을 배려한다면서 마음에도 없는 선의를 베푸는 안나가 만나면서 일어난 파문에 대한 이야기다. 민음사·248쪽·1만4,000원
△축제와 예감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2017년 일본 문학사상 최초로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동시에 수상했던 작가가 '꿀벌과 천둥' 이후 4년 반 만에 출간한 소설집이다. 콩쿠르를 무대로 세상에 음악을 전하고자 분투하는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그려 온 작가가 전작에서 다루지 못했던 주요 인물과 주변인들의 내밀한 이야기 6편을 담았다. 자신의 음악을 인정받기 위해 격돌하고 때로는 영감도 주고받으며 프로 음악가로 성장하는 청년들과 그들을 둘러싼 음악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대문학·156쪽·1만3,000원
어린이·청소년
△쉿! 수상한 놀이공원
기디언 스테르 글·마리아키아라 디 조르조 그림. 폐장 후 아무도 없는 놀이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물들의 모습을 그렸다. 동물들은 지폐 대신 도토리로 아이스크림을 사고, 롤러코스터와 바이킹을 탄다.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깬 경비원과 동물들의 장면을 교차 구성해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 그림책은 대사나 지문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생생한 그림 묘사에 말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고, 장면마다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인간의 것이라고 여기던 놀이공원을 동물에게 빼앗기는 경험을 통해 인간으로부터 자유와 즐거움을 빼앗겼던 동물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창비·48쪽·1만3,000원
△미어캣의 모자
임경섭 글·그림. 미어캣과 비무장지대(DMZ) 근처에 사는 동물들을 통해 평화와 생태, 다양성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 재두루미가 미어캣을 찾아와 이 곳에 온 이유를 설명한다. 큰 전쟁을 치르고 난 뒤 사람들은 다른 편과 구분하기 위해 모두 빨간 모자를 쓰고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동물에게도 빨간 모자를 쓰라고 하지만 동물들은 모자를 쓰고 날 수도, 뛸 수도 없다. 이 책의 배경은 한반도 DMZ 인근이다. 실제 1970년대에 민간인통제구역 안쪽에 있는 통일촌 마을은 모두 빨간 모자를 써야 외출할 수 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를 통해 우리 역사에서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전한다. 소동·42쪽·1만5,000원
△앰 아이 블루?
매리언 데인 바우어 외 지음, 조응주 옮김. 2005년 초판 발행 이후 절판됐던 청소년 퀴어 문학의 고전이 복간됐다. "어느 날 세상의 모든 퀴어가 파란색으로 변한다면?", "나랑 사귀던 남자친구가 남자에게 끌린다고 고백한다면?" 등 현실에 기반한 질문과 상상력을 담은 15편의 이야기가 담겼다. 다수의 작품 배경이 1990년대 초·중반 미국이라서 그 시대 속 퀴어 이야기가 밝은 장면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현실적이다. 퀴어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가족, 친구, 교사, 이웃을 교차해 등장시켜 "퀴어는 어디에나 있고, 우리도 언제나 퀴어 곁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휴머니스트·316쪽·1만3,500원
△아무 씨와 무엇 씨
안나 파슈키에비츠 글·카시아 발렌티노비츠 그림, 최성은 옮김. 우리의 편견과 선입견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질문을 던지는 그림책이다. 이 책에서 '아무' 씨는 없음, 결핍을 뜻한다. '무엇' 씨는 있음, 충만함을 나타낸다. 우리는 있음, 완전함, 소유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부족함, 불완전함, 없음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있음이 꼭 좋고 없음이 꼭 나쁘기만 한지 묻는다. 부유함과 가난함, 능력과 무능력, 성공과 실패, 장애와 비장애 등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을 돌아보게 만든다. 옐로스톤·36쪽·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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