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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발목을 잡는 사람들

입력
2021.12.08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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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강’ 건너기 급한 이재명 연일 사과
차별화 시도에 ‘친조국’과 강성 친문 걸림돌
현재 권력을 계승할지 극복할지 선택 주목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금천구 SK브이원에서 중소·벤처기업 정책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금천구 SK브이원에서 중소·벤처기업 정책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일 고개를 숙이고 있다. 조카의 살인사건 변호 등 개인사는 물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조국 사태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특히 중도층 이반의 요인으로 지목되는 조국 사태와 관련해서는 “내로남불로 국민의 공정성 기대를 훼손하고 실망을 시켜드렸다”(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 “진보개혁진영은 똑같은 잘못이라도 더 많은 비판을 받는 걸 각오해야 한다”(4일 김제 방문 직후 기자간담회)면서 거듭 머리를 조아렸다. ‘조국의 강’을 한시바삐 건너야 한다는 다급함과 넓은 중원으로 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갈 길은 멀고 시간은 빠듯한데 후보의 발목을 잡는 아군이 적지 않다. 경선 과정에서 ‘명추연대’의 케미를 과시했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조국 사과를 입에 올리는 건 두 부류다. 한쪽은 개혁을 거부하는 반개혁세력이고 다른 한쪽은 반개혁세력의 위세에 눌려 겁을 먹은 쪽”이라며 조국 사태를 사과한 이 후보를 겁쟁이 정도로 취급했다. 검찰의 조국 일가 수사를 개혁 저항으로 판단하고 1년 동안 검찰 수장과 충돌한 끝에 검찰총장 윤석열을 기어이 정권 교체의 아이콘으로 만든 장본인이 할 소리인지 의문이다. 친조국 색채가 뚜렷한 열린민주당과 민주당의 합당 추진도 조국의 강을 건너려는 이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후보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ㆍ정치 실패가 무엇보다 뼈아플 것이다. 부동산 정책은 물론 탈원전 정책까지 비판하면서 이 후보는 ‘정부의 잘못’이라는 표현과 함께 ‘국민의 뜻’을 유달리 강조했다. 단순히 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겠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항상 옳다’는 그릇된 인식에서 여론과 시장을 외면했던 정책 기조를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 요구에 귀를 열고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실용적 입장은 문재인 리더십에 대한 우회적 비판도 내포하고 있다. 친문 지지세력에 기대 자신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지루한 충돌을 방치한 문재인 대통령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조국의 강뿐 아니라 '문재인의 강'도 걸림돌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친문을 극복하고 두 강을 건너겠다는 목표는 지지율 딜레마에 가로막혀 있다. 40%를 오르내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다. 35% 박스권에 갇힌 이 후보 지지율보다 높다. 오죽했으면 이재명 캠프 상황실장인 조응천 의원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토로했을까. 친조국과 친문 세력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는 상황에서 중도 확장 승부수는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본소득이나 국토보유세, 전 국민재난지원금 등 핵심공약 후퇴 논란에서 이 후보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났다. “국민이 반대하면 고집하지 않겠다”며 공약의 방향을 틀었던 이 후보는 집토끼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뒤 “철회한 것은 아니다”라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정권 재창출의 과제를 떠안은 여당 대선 후보 입장에서 현재 권력은 계승과 극복의 대상이다. 정권을 재창출했던 과거 대선에서는 계승과 극복이 교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체로 DJ 정부의 대내외 정책을 이어받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정책을 수용하며 이명박 정부의 시장 자유주의 노선을 극복했다. 문재인 정부를 계승 또는 극복할지, 아니면 양자를 절충할지 선택은 오롯이 이 후보의 몫이다. 다만 국정 운영 지지율이 20% 초반대로 낮았던 DJ 정부나 이명박 정부 임기 말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때문에 이 후보의 선택이 쉽지 않아 보인다.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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